디자이너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남들은 모르는 고충이 생긴다는 것. 디자인을 시작한 뒤로 제가 보는 것들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느꼈어요. 같은 것을 봐도 자꾸만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일종의 직업병이 생겨버렸답니다.
#1
“간판이나 광고에 쓰인 폰트 맞추기.”

저 많은 서체들의 이름을 아십니까.
고딕도 다 같은 고딕이 아닙니다. 이건 나눔고딕, 저건 산돌고딕네오, 그건 윤고딕. 그 외의 독특한 폰트들도 제작한 회사랑 폰트 이름까지 알 수 있어요. 약간 변형을 준 서체들도 원본 폰트가 뭔지 맞출 수 있죠. 개인적으로 고딕 중에서는 산돌사의 고딕들을 좋아합니다만, 디자이너마다 선호하는 폰트들은 다양합니다.
#2
“일정하지 않은 정렬을 보면 소화불량 생기는 것 같다.”

지면광고나 잡지를 보다가 일정하게 정렬되지 않은 텍스트들이나 가운데 배치되지 않은 이미지 같은 것들을 보면, 너무 거슬리고 괴로워요! 내 눈에만 가이드라인이 자연스레 보이는 것 같고, 흐트러진 것은 단 1픽셀도 용납할 수 없어요.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은 아웃라인을 봐도 속이 쓰립니다.
#3
“이 명함지, 굉장히 고급이네요.”

어디 소속, 무슨 직급 같은 건 뒷전입니다. 명함을 받는 순간 손 끝에 느껴지는 이 촉감은, 고급 용지?! 누군가의 명함을 받으면 종이 재질이나 사용한 폰트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물론 인쇄에 사용된 박이나 형압, 레이저커팅 같은 각종 후가공도 순간적으로 포착합니다. ‘이거, 꽤 비싸게 제작하신 명함이군요.’
#4
“파란색 말고 딥한 코발트 블루, 회색 말고 라이트한 웜그레이.”

절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색을 말할 때는 꼭 영어를 사용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어요. ‘파란색’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제 눈에 보이는 저 수많은 파란색을 쉽게 형용할 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영어를 사용해서라도 다양한 색을 하나하나 구분 짓지 않으면 속이 시원하지 않아요! 웜그레이와 쿨그레이는 느낌부터 확 다르니까요.
#5
“굴림체는 이유없이 싫어하고 본다.”

기본 중의 기본 폰트, 굴림체는 마치 디자인이 되지 않은 야생의 폰트(?)와 같습니다. 예쁘지도 않고 요즘은 가독성이 좋은 폰트들이 워낙 많아 기능적으로도 떨어지는 이 폰트를,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아주 싫어해요. 이상하게 굴림체만 보면 일단 화부터 내고 보는 병을 앓고 있죠. (사실 이런 면에서, 어쩌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폰트일지도 모릅니다.)
#6
“책 내용은 잘 모르겠고, 일단 표지가 예쁘잖아.”

서점을 가면 기분이 좋아요. 독서를 엄청 좋아하지 않아도, 예쁜 북 커버 디자인을 보면 무조건 집어 들고 봅니다. 내용은 시시할지 몰라도, 표지가 예쁜 책은 일단 눈길이 갑니다. 컬러나 레이아웃이 감각적인 표지를 가진 책은 가끔 구매까지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엔 진열용 소품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다반사.
#7
“Ctrl 키는 좀 더 튼튼하면 좋겠다.”

컴퓨터 키보드 위, 왼손의 새끼손가락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Ctrl키 위에 살포시 올려져 있습니다. Ctrl키는 디자이너에게 제일 소중한 키랍니다.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죠. 수시로 누를 Ctrl+Z(이전 단계로 되돌리는 기능으로,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거든요!)를 위해서일지도 몰라요. 하하. 그래서 그런지 키보드 키 중에서 가장 먼저 삐걱거리고 마네요.
#8
“살 것도 없으면서 괜히 들리는 방앗간: 무인양품, 텐바이텐, 아트박스, 각종 디자인 편집샵”

마치 참새처럼 방앗간 같은 이곳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돈도 없고 살 것도 없지만 그냥 둘러보는 것도 왜 이렇게 즐거운지! 아이디어 제품들을 보는 것도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디자인 브랜드의 신상 제품들을 빠짐없이 구경하죠.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감각적인 문구나 소품들은, 모르겠다! 일단 사고 봅니다.
디자이너들의 진짜 직업병을 알려드립니다, ‘손목터널증후군’
영원히 고통받는 디자이너들의 손목. 하루 종일 마우스를 잡고 작업하니, 손목에 무리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이죠.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관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종의 신경병증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 특히 디자이너 사이에선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저도 다른 곳은 몰라도 손목의 테이핑 방법은 외우고 있을 정도니까요.
보통은 엄지손가락, 둘째 손가락, 셋째 손가락 쪽이 저리고 뻐근한 증상이 제일 흔하지만, 간혹 넷째 손가락이나 손가락 전체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아요.
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손목에 힘이 빠집니다.▶ 손이나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통증이 심해지고 감각이 둔해져요.▶ 손을 꽉 쥐려고 하면 통증이 생겨요.▶ 물건을 꼭 쥐지 못해서 자주 떨어뜨립니다.▶ 손으로 정교하고 세밀한 일을 하지 못합니다. |
손목터널증후군은 반복적인 사용으로 두꺼워진 손목의 인대가 신경들을 압박하면서 아프고 저리게 되는 병입니다. 이 질병은 평소 습관으로 충분한 예방이 가능합니다.

틈틈이 손목을 90도 정도로 꺾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손가락을 쥐었다 펴는 운동을 해 주세요.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손목 보호대나 손목 쿠션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할 때는 중간마다 쉬어주는 시간을 가져 주세요. 단, 이미 손목터널증후군에 걸렸다면 더 이상의 스트레칭은 금물입니다. 위와 같은 방법들은 예방법일 뿐, 이미 걸린 상황에선 더 악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현직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이너 준비 중인 학생분들 모두, 앞서 말한 직업병은 완치할 수 없겠지만 손목만큼은 꾸준하게 예방해서 건강하게 지키도록 해요. 즐거운 디자인 생활을 하려면 건강은 제일 중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