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콜라보레이션 상품은 협업한 브랜드의 가치를 크게 올려주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하는 등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업종과 분야의 경계 없이 활발히 이루어져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성공할 수는 없는 법.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콜라보레이션의 성공과 실패 사례와 원인을 살펴보자.

성공한 콜라보레이션(1)
회춘에 성공한 명품, 루이비통
루이비통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유명한 명품 브랜드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루이비통은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오랜 역사와 대중적인 명품이란 수식어는 그동안 루이비통을 이끌어온 브랜드 가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낡고 고루한, 높은 연령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루이비통은 달가울 리 없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와 미국의 힙합 뮤지션의 콜라보레이션은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얼핏 어울리지 않는 이 이 둘이 내놓은 결과물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 루이비통은 ‘젊음’, ‘새로움’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고, 칸예 웨스트는 ‘다재다능’,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성공한 콜라보레이션(2)
‘스포츠’ 브랜드에서 스포츠 ‘브랜드’가 된 나이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르브론 제임스 등등. 나이키는 그동안 각 종목의 슈퍼스타(혹은 잠재 가능성이 매우 높은)와의 협업을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는 아디다스를 제치고 스포츠 브랜드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최근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로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뮤지션 칸예 웨스트(나이키 최초 비 스포츠 인물)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를 비롯해 슈프림, 꼼데가르송, 오프 화이트 같은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도 무척 뜨겁다. 제품 출시 시작과 동시에 품절되는 일은 일상다반사. 리셀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스포츠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는 ‘기능성’이다. 나이키보다 더 뛰어난 기능성을 가진 브랜드가 있다면 언제든 1인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가능성도 있다. 나이키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기능성에 ‘디자인’과 ‘프리미엄’ 요소를 더해 1인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성공한 콜라보레이션(3)
세상에서 가장 힙하고 핫하고 쿨한 브랜드_슈프림
1994년 뉴욕에서 런칭한 슈프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되었다. 스트릿 감성, 쿨함, 희귀함으로 대표되는 슈프림이 단기간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하고 수많은 열성 팬을 거느릴 수 있게 된 힘은 콜라보레이션에 있다.
지금까지 슈프림과 협업한 브랜드는 700개가 넘는다.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 대상은 브랜드와 인물, 장르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행하고 있다.

반스, 나이키를 시작으로 아웃도어(노스페이스), 명품 브랜드(루이비통), 현대 미술계 네임드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포크락의 대부 닐 영까지… 이 정도면 콜라보레이션의 장인 브랜드라 할 만하다. 슈프림의 콜라보레이션은 언제나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대단히 큰 화제를 모았고, 리셀가가 심각하게 폭주하는 바람에 루이비통 측에서 판매 중지를 해야 했을 정도다.(그래서 리셀가가 더 올랐다)
700회가 넘은 콜라보레이션은 슈프림을 서브컬쳐 특유의 힙한 감성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희소가치까지 획득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콜라보레이션, 반드시 성공할까?”
콜라보레이션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소개하는 사례들은 시장과 언론, 업계의 반응에 사견을 더해 3가지를 선별했다. 비교적 실패라 평가받는 사례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실패한 콜라보레이션(1)
루이비통 마스터스 시리즈(feat. 제프 쿤스)
칸예 웨스트나 슈프림 외에도 콜라보레이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루이비통. 언제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명화와 루이비통(마스터스)의 만남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매출 1위와 르네상스-현대 미술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기대했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공개된 마스터스 시리즈는 화제성에 비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대중성 상업성에 치중된 결과물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물을 보면 이질적인 두 소재가 융합하지 못하고 각각 따로 노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루이비통이 아니라, Black power thunder라는 브랜드였어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의 특징없는 결과물이었다.(블랙파워썬더는 5초 전에 생각한 이름이다)
메셔블曰 : ‘박물관 기념품숍 가방이랑 무엇이 다른가?’
데일리 메일曰 : ‘그저 저렴해 보일 뿐.’
실패한 콜라보레이션(2)
H&M X 발망
실패한 콜라보레이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SPA 브랜드 H&M과 프랑스 명품인 발망 콜라보레이션이다. 분명 시작은 좋았다. 콜라보 제품을 사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매장 앞에서 캠핑을 하는 것도 기꺼이 감수했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상품을 처분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화제가 되었다.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은 안좋은 방향으로 화제가 된셈이다.

실패의 원인은 두 브랜드의 지향점이 정반대였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SPA 브랜드는 소장보다 회전을 중시한다. 쉽게 구매하고 시즌이 끝나면 쉽게 버릴 수 있도록 가격과 디자인을 고려한다. 반면 명품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제품의 가치가 빛나는 보관과 소장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
상반된 핵심가치를 가진 브랜드간의 만남은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실패한 콜라보레이션(3)
컨버스 X 키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신은 신발은 컨버스 올스타다. 그리고 자산가치 20조원에 빛나는 헬로키티가 만났다.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 둘이 만난 결과는?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2019년 봄에 공개된 따끈한 신상이니만큼 좀 더 반응을 기다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그냥 무난하다.’라고 말하는 의견이 대세다.
즉, 콜라보레이션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개인적으로 원인을 짚어보자면, 범람하는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속에서 눈에 띄는 디자인을 뽑아내지 못한점과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결합된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 아이덴티티 재정립, 매출 상승 등에 콜라보레이션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콜라보레이션이 범람하고 있는 지금도 유효할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콜라보레이션은 새롭고, 희귀하고, 가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단어가 아니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용의주도한 브랜드 선정과 타겟 분석, 제품의 기획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하지 않을까?(그래서 PSG X 조던 저지는 언제 재발매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