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마케터가 제안서 쓰는 방법

“제안(提案)”

: 안이나 의견으로 내놓음. 또는 그 안이나 의견.

제안이란 말 그대로 ‘안이나 의견을 내놓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습니다. 형식을 불문하고 내 의견이나 주장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만 되면 되는 일. 핵심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빈번히 핵심을 잊은 채 ‘제안서’라는 형식(또는 틀)에 갇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제안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제안을 받는 상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제안일 리 만무해집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 제안이고 설득인 마케터 입장에서는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는 셈입니다.

우리가 자꾸 형식에 갇히는 이유.

= ‘하던대로’ 와 ‘우라까이’의 함정

업계 정석적인 제안서의 큰 틀은 이렇습니다. ‘제안 배경, 제안 목적, 시장 분석, 경쟁사 분석, 자사 분석, 제안 내용, 운영 계획, 기대효과, 예산…’ 보통은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근데 이걸 실제 내 일에 적용시키다 보면 쉽게 문제에 직면합니다. 각 항목에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할지 막막함이 엄습하는 건데요. 빼자니 애매한 그 공간에 결국 억지로 무언가 비슷한 걸 채워 넣습니다. 마치 어른이 애 옷을 입은 것 마냥 부조화의 서막이 오르는 순간입니다.

(대행사) 신입 마케터들은 선배들이 작성했던 제안서를 기본으로 골조를 잡기도 합니다. ‘이 제안서 대박이야,’, ‘이거 작년에 얼마 짜리 계약 땄던거야’ 라는 전설의 제안서들을 종종 만나는데, 기존에 있던 제안서에 소소한 노력을 들여(문구나 내용을 조금 바꾸고) 새로운 제안서를 창조(?)하는 걸 두고 우리는 ‘우라까이’라 부릅니다. 물론 싱크로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찬가지로 기존 형식에 얽매일 여지가 크지에 위와 같은 결과를 내곤 합니다.

‘우라까이’ 란?

본래 기자들의 은어로,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바꾸어 자신의 기사로 만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맞아요. 저도 좋은 단어, 좋은 문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본말이 어원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아무튼 기분은 썩 좋지 않으니 대치할 좋은 단어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형식에 얽메이지 말고요.

‘하던대로&우라까이’ 의 진짜 문제.

뭐라도 빨리 메이드해야 하는 영업인이라면 이해합니다. 우라까이로 시간을 줄여야죠. 권장까진 아니지만 효율 높이는 방법으로는 나름 경쟁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상대의 마음을 휘졌는 알짜 제안서를 만들고 싶다면 기성화된 틀이나 우라까이는 참고 정도로 만족하세요. 있는 그대로 베껴 쓰면 실력도 제자리고 시야도 좁아집니다.

잊지 마세요. 매일, 매주 제안서를 받아보는 고객사나 상사는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딱 봐도 이게 짜여진 틀을 가져다 쓴 건지, 혹은 우라까이인지 아닌지를 귀신같이 골라내는데요. 결과적으로 ‘정성’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순위를 정해야 하는 경쟁 입찰이라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합니다. 사내 제안인 경우도 평탄치 않은 내 앞날만 예고할 뿐이죠.(물론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라까이야. 안녕. 잘가.’

난 이제 잘 쓸 수 있거든. 어떻게 하냐면,

고루해서 미안합니다만, 결국 직접 쓰는 게 제일 났습니다. 저도 이리저리 휘둘리다 그렇게 중심을 잡았거든요.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커리어도 그때부터 착착 쌓인 것 같아요. 실패에서 뼈를 만들고, 성공에서 살을 붙였습니다. RPG 게임으로 따지면 가장 큰 EXP를 주는 몹(?)을 잡는 것과 같은 효과. 익숙해지면 짜여진 형식을 활용하는 것보다 더 빠릅니다. 인하우스&에이젼시에 상관없이, 마케터든 아니든 어떤 ‘제안’을 해야 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배움과 경험으로 체득한 마케팅 제안의 이해와 작성 실무 노하우를 공유해드립니다.

제안의 본질 = ‘상대를 끄덕이게 하는 것’

(1) 고객사 니즈 파악

시장점유율, 신문기사, 조사보고서, 전문기관의 분석자료에, 마트 매대의 현황은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그 어느 곳에도 진짜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오직 ‘상대방의 인식’에 존재합니다.- ‘Change the question’ 中에서 (최상학 지음)

제안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안의 본질은 상대의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것. 쉽게 말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인데, 그렇기에 무엇보다 제안을 요청한 상대방이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최대한 집중하고 애써야 합니다.

저는 상대방의 인식을 정확히 캐치하기 위해 제안 전 오리엔테이션 미팅에서 최대한 많은 질문을 던지는 편입니다. 미팅 후에도 부족하다 싶으면 메일로 추가 질문도 던지기도 하죠. 다만, 상대의 성가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답변의 숨은 의미까지 면밀히 해석하곤 합니다.

날 위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질문이 아닙니다. 올바른 질문은 올바른 답을 부르고, 이 과정은 올바른 제안과 성공적인 과업 수행에 든든한 자양분이 됩니다.

(2) 듣고 싶은 얘기는?

질문을 통해 상대의 니즈를 파악했다면, 이제 이 니즈(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봐야 할 차례. 상대가 우리에게 제안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보다 반드시 그 니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제안서를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주야장천 나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과오를 줄이기 위해 아래 ‘제안서 작성 10단계’ 사이사이 상대에게 묻고 들었던 답변들을 반복적으로 되뇌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상대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았다면 사실 제안의 9부 능선은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두에 말한 ‘핵심 메시지’의 가닥이 잡혔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제안의 논리력을 더해 줄 디테일한 자료와 사례를 찾아 분석하고 반영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경우에 따라 과정은 조금 다르지만 마케팅 제안은 이렇게 시작해 결국 상대를 설득, 프로젝트를 수주로 이어져 서로의 동반성장으로 연결됩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마케팅 제안서 작성 10단계”

(타이틀 옆 별표는 전 과정에서의 중요도를 나타냄)

(1) 제안 요청의 맥락 파악 _ ***

상대가 나에게 왜 이런 요청을 했을까. 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필요한 경우 서면이나 대면 인터뷰로 질문&답변 시간을 갖습니다.(보통 이메일로) 궁극적으로 왜 이런 요청을 하나를 알아내야 합니다. 자연스레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정확한 감을 잡게 되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청의 맥락만 잘 파악해도 이미 여러분은 경쟁자들보다 몇 걸음을 앞서있는 셈입니다.

(2) 시나리오 기획, 작성 _ *****

파악된 맥락을 바탕으로 기본 리서치에 들어갑니다. 일반적으로 제안 과업에 투입되는 시간은 대부분 협소합니다. 때문에 깊은 조사보다 넓은 조사가 적합하죠. 무엇을 어떻게 제안할지, 기준을 먼저 세웁니다. 그리고 제시안의 당위성 여부를 반복적으로 검토합니다. 아니면 다시, 맞다면 머릿속으로 제안 흐름의 틀을 정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머릿속 제안 흐름을 시나리오로 정리하는 걸 선호합니다. 내 생각과 주장을 상대에게 말로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논리정연,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주르륵 적고, 줄이고, 다듬는 작업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서마다 매번 목차가 달라집니다.

결국 ‘우리가 네 문제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고, 이렇게 해결하려고 한다.’라는 핵심 메시지가 정확히 녹아 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처럼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짜임새, 강약 조절 역시 중요합니다. 실적 높은 영업(판매)사원들의 맥락과 같습니다. 고객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건데요. 유형은 많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판단 시간은 줄어듭니다.

그래도 틀이 있어야 한다면, 이 4가지만 기억하세요. ‘문제-현상-해결-방안’. 간결하고 심플하게.

(3) 페이지 구분 _ **

마케팅 제안서는 대부분 파워포인트(PPT)로 만들어집니다. 작성된 시나리오는 그에 맞게 구간 별로 나누어 페이지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의 순서가 바뀌곤 합니다. 강약이 다시금 조절되는 거죠. ‘이걸 먼저 말해야 하나, 저걸 먼저 말해야 하나. 이건 굳이 넣을 필요 없겠는데, 이건 새로 넣어야겠다.’ 주로 이런 생각으로 논리를 정렬해보세요.

(4) 자료조사와 분석 _ *****

내 의견과 생각, 판단,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구체적 데이터를 리서치하고 분석합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둘, 둘이 하는 것보다 셋이 하는 게 좋습니다. 리서치&분석은 정량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관적 견지는 가급적 배제하고 객관적 견지를 가지려 노력하세요. 주변 인프라를 통해 의견을 묻고 취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_ ****

슬라이드 하나하나 어떤 문구, 어떤 이해 이미지, 어떤 도표를 넣어야 하는지 결정합니다. 제안 내용은 이미 시나리오 작성 단계에서 정해졌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내 제안을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시각화’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합니다. 시각적 감각이 부족하다면 사내 디자이너에게 협업을 요청하세요. TF가 구성되었다면 팀장이나 팀원과 함께 하면 어려움을 덜 수 있습니다.

(6) 제안서 작성, 완성 _ **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로 직접 슬라이드를 만들어도 되고 디자이너에게 맡겨도 됩니다. (5)까지 확실히 준비했다면, 이 단계야 뭐 누가 한들 나쁘지 않습니다. 직접 만들면 만들면서 미비한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경험상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뭐든 다 장단점이 있으니 이 문제는 여러분께서 잘 판단하시길.

(7) 발표 스크립트 제작 _ ***

제안서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실제 제안 현장에서 발표할 내용을 ‘구어체’로 정리합니다. 흔히 쓴 글을 그대로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해보시면 압니다. 대부분 아주 어색하죠. 이런 아니한 준비는 스스로 발표 현장을 경직된 분위기로 몰게 합니다. 발표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듣는 사람(제안의 상대방)도 안정감을 느끼니까요.

(8) 스피치 연습 _ **

아무리 화술이 좋은 사람도 스피치 연습은 필수입니다. 발음이나 아이컨택은 기본, 무엇보다 제안은 제한된 시간 안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모두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니까요. 20페이지를 설명해야 하는데, 시간 관리를 못해 10페이지도 설명을 못하고 단상을 내려오는 분들 정말 많이 봤습니다.

보통 발표 시간은 20분, 질의&응답 시간은 5분입니다. 짧으면 15분인 경우도 있는데, 얼마 전 직접 참여한 한 입찰에서는 발표 10분, 질의&응답 5분이라 앞 몇몇 페이지를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참고하세요.

(9) 제안서 제출 _ *

제안서는 어떤 과업이냐에 따라 제출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보통 이메일로 제안서와 제반 서류들을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송부 전 이메일 주소는 반드시 체크해야 하고요. 일자, 특히 제출 시간을 엄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제안. 어이없는 실수에 어려운 기회를 허망하게 날릴 수는 없습니다.

(10) 수신 여부 확인 _ ***

마지막으로 고객사 담당자 또는 상대방에게 제안서가 도달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미비한 서류가 없는지, 빠진 항목은 없는지 체크하세요. 만약 프레젠테이션(PT)이 있는 경우라면 발표 환경도 함께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노트북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지, 출력은 몇 부를 해야 하는지, 제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대표적이죠.

마케팅과 제안에는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내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그에 걸맞은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한데요.

이 글 속 제안의 이해와 일련의 과정은 과거 선배님들의 많은 가르침에 제 개인적 경험을 덧대어 고안된 하나의 방식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안 과업에서 ‘시나리오’를 어떻게 쓰고 구성하느냐에 가장 많은 공력을 기울이고, 목차도 가급적이면 발표 흐름에 맞추어 ‘몰입’됨에 집중하는 편인데요. 이 역시 정답은 아닐 겁니다. 정해진 룰도 아니고요.

다만,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 글에 여러분의 경험이 더해져 여러분만의 노하우가 탄생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노하우가 다시 공유되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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