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브랜드 오리지널리티

이 글의 순서

초도 미팅에 들어 가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만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인데요. 그런데, 진정한 차별화, ‘오리지널리티'(독창성)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문득 한 작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면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문체를 가진 사람. 그의 에세이 속에는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희미한 힌트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루키가 말하는 ‘오리지널리티’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유로움. 참 추상적인 말처럼 들리죠? 그리곤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어요.

그는 글을 쓰는 게 즐거웠고, 그렇게 자신이 자유롭다는 자연스러운 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평론가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이 자기 내면을 솔직하게 비추는 글을 쓰고 싶었고, 써왔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하루키의 글은 과거 ‘외국 문학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하루키는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본인은 일본어라는 도구로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고 모색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곤 개의치 않고 스스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갔죠.

이렇게 내면의 솔직함을 강조한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오리지널리티의 조건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확실히 차이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 또 그 스타일을 스스로 업데이트(갱신)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스타일이 일반화되고,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풍부한 인용원이 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할 것
  2. 그 스타일을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
  3. 일반화되고,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것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정의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하루키는 오리지널리티란,

라고 정의합니다. 화려한 기교나 남들이 안 해본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깊이 뿌리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독창성이라고 말합니다.

또 그런 독창성의 씨앗인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는 나름의 방법론도 이야기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무엇을 추구하는가’보다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을 돌아보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준다고.

그럼,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란?

이어서 브랜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그럼 브랜드에게 오리지널리티란 뭘까요? 우리는 보통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거나,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독창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루키가 말하는 독창성은 결이 다릅니다. 브랜드가 반드시 무언가를 새롭게 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그의 지론을 브랜드씬에 대입해 보자면, 브랜드 오리지널리티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고객 입장으로 바꿔 말하면, ‘내가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갖고 있는 상태, 그 상태가 바로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브랜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오리지널리티를 갖기 힘든 이유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 질문에 시원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한 브랜드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개인적으로는 ‘현실과의 타협, 순응’이라는 점을 큰 이유로 꼽습니다. ‘현실’이라는 건 변화무쌍하고 통제 불가능한 ‘외부 잠적’들을 포괄합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라는 본연의 가치를 돌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오리지널리티라는 뿌리를 내릴 틈도, 단단히 굳힐 시간도 있을리 만무한 것.

아래 그 잠적들을 5가지로 세분화해서 설명드립니다.

1. 숫자에 대한 강박

당장의 전환율, 클릭률, 이번 달 매출이 중요하잖아요.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숫자’만’ 쫓다 보면 브랜드의 본질을 잃게 됩니다. 오늘 100명을 끌어 모으는 것과, 10년 뒤에도 우리를 기억하고 찾아 오는 100명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그게 바로 오리지널리티의 역할이에요.

2. 트렌드 바라기

“요즘 다들 릴스 한다더라”, “바이럴이 대세래”, “인플루언서 마케팅 안 하면 뒤처진대”. 이런 말들에 휩쓸려 본질을 잃어버립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남들 하는 걸 따라만 하면, 그건 하루키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말했던 진짜 “재탕”에 지나지 않습니다.

3. 경쟁사 따라하기

어느 회사가 성공했다더라. 그 방법을 우리도 해보자. 이런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만의 색깔을 잃게 만듭니다.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과, 그걸 그대로 복제하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4. 플랫폼 중심 사고

“인스타 할까, 유튜브 할까?” 이게 먼저 나오는 질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우리는 고객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입니다. 플랫폼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메시지는 흐려집니다.

5. 높은 광고 의존도

노출만 늘리면 된다는 착각. 광고비를 쏟아붓고, 일시적으로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며 안도합니다. 하지만 광고를 끄는 순간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 숫자만 좇는 태도, 관성
  • 트렌드 바라기
  • 경쟁사 따라하기
  • 플랫폼 중심 전략, 사고
  • 높은 광고 의존도

이렇게 오리지널리티를 잃은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누구인가’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합니다. 브랜드의 뿌리, 그러니까 정체성보다 가지에 해당하는 전술에만 집중합니다. 고객과의 관계보다 당장의 거래에 몰두합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그렇게 비슷비슷한 메시지, 쉽게 잊히는 브랜드가 되어버리는 거죠.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싶다면?

여기까지 읽고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의 중요성을 이해했고, 나름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하게 올라온다면 아래 글도 이어 읽어보세요. 하루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견해는 이런 흐름으로 브랜드씬에 입힐 수 있습니다.

STEP 1. 자유롭게, 나는 ‘원래’

우선 무엇보다 ‘자유로움’에서 출발해야 하겠습니다. 하루키는 ‘자기만의 본모습을 비추는 글’ 을 썼습니다. 브랜드도 같아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브랜드 본성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차별화할까?’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는 원래 어떤 브랜드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STEP 2. 독자적인 스타일과 진화

독자적 스타일을 ‘만들고’ ‘진화‘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루키가 말한 오리지널리티의 조건 중 하나였죠. 명백히 구별되는 스타일을 갖추고, 그걸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독자적인 스타일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고 공감될 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스타일의 기반이 되니까요.

고객을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 사회를 내가 이용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체로 바라보는 것. 그럴 때 비로소 고객의 삶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보다 파급력 있게 선보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인문학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거듭해야 한다는 건데요. 고객의 본질적 가치, 그러니까 자아와 성찰, 가치관과 철학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달성해야 할 유일한 목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 관련 글 : 브랜드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STEP 3. 일관과 지속 = 진정성

마지막으로 새겨야 할 점은 시간이 검증하는 ‘일관성’입니다. 하루키는 “오래 링 위에 남아있는 사람”이 진정한 오리지널이라고 했습니다. 하루키가 이야기한 오리지널리티의 마지막 조건과 연결되는 지점이죠. 바로 시간이 증명하는 독창성입니다.(= 오래 유지하고 버티는 힘)

하루키는 데뷔 이후 수십 년간 자신만의 문체를 일관되게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진화시켰죠. 『노르웨이의 숲』을 쓴 작가가 『1Q84』를 쓰고, 『기사단장 죽이기』를 씁니다. 스타일은 분명 하루키인데, 매번 새롭습니다. 이 일관성과 진화의 균형. 그래서 그는 지금도 링 위에 서 있고, 수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캠페인으로 화제를 만드는 것보다, 지속되는 프로세스로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케팅은 시작과 끝이 정해진 캠페인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계속되는 한 이어져야 할 일종의 문법입니다.(광고와의 차이 관련 글 보기)

흔히 마케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광고’는 결국 소모됩니다. 돈을 쓰는 동안만 효과가 있을 뿐입니다. 하루키의 비유를 빌리자면, 광고는 결국 ‘링 위에 잠깐 올라갔다가 사라지는 선수’와 같습니다. 반면 본질에 기반한 브랜드 자산, 오리지널리티는 마일리지처럼 계속 쌓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 집니다.

하루키의 책들이 지금도 새로운 독자들에게 읽히듯이, 일관되게 쌓아온 브랜드 자산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작동합니다. 고객이 검색하면 우리 콘텐츠가 나타나고, 누군가 추천을 요청하면 우리 브랜드가 회자됩니다.

결국, 오리지널리티란 ‘오래 유지되고 버티는 힘’입니다. 올바른 과정을 일관되게 지속하면, 시간이 지나 우리 브랜드도 업계의 기준이 되고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됩니다. 바로 하루키가 그랬던 것처럼요.

🔗 관련 글 : 브랜드 진정성에 대한 소소한 의견

멀게 느껴진다면 ‘이 질문’부터

아직 우리가 오리지널리티를 고민할 단계가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먼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시간부터 가지세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죠?(브랜드 미션)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요?(브랜드 비전)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이고, 사람들과 꼭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일까요?

모두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편하게 떠올리고 답해보세요. 며칠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진지하게 던지고, 궁극적으로는 그 답을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로 응축하는 게 효율적입니다.(향후 마케팅 활동에 있어서)

브랜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진정성이 필요하고, 일관성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객을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맺을 사람으로 대해야 합니다. 당장 뭔가를 사게 만드는 것보다, 우리 브랜드를 신뢰하고 오래 함께할 사람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오리지널리티가 필요한 이유예요.

뿌리를 내리는 용기

하루키는 자연스러운 감각을 유지하며 즐겁게 글을 썼습니다. 브랜드도 그래야 하죠. 억지스럽고 인위적인, 만들어 낸 차별화가 아니라, 그걸 맞춰 가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리다움을 지켜나가는 것. 결국 오리지널리티란 ‘위치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려 단단히 굳히는 모습 그 자체’라는 하루키의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느리더라도 괜찮습니다. 옳고 그름은 없어요.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면 충분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다음 세대에게도 영감을 주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가 진정한 오리지널입니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는 요란한 광고나 화려한 캠페인이 아니라,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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