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라고 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시나요?
퍼널, 전환율, CTR, CPC, 리타겟팅, ROAS. 혹은 SEO, 콘텐츠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 해킹.
어느 순간부터 마케팅은 이런 용어들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나름 훈련받은 사람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뭔가 기술적인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마케팅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그 복잡함, 막막함,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느낌을 한 뎁쓰(depth)만 파고 들어가 보셨으면 합니다. 그 막막함이 정말 기술이나 기능, 능력이 부족해서 드는 걸까요? 다른 각도로도 질문드려보겠습니다. 마케팅이란 게 정말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일까요?
사실 어원은 간단합니다. Marketing. Market에 -ing가 붙었습니다. 시장 더하기 현재진행형. 말하자면 시장에서 벌어지는 활동이나 일들 정도로 직역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이란 무엇이고, 여기서 벌어지는 ‘활동’이란 어떤 것인가.
오늘은 복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단순한 애증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케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시장이라는 공간의 가장 오래된 형태를 떠올려봅시다. 장터입니다. 누군가는 자기가 기른 것, 만든 것을 가져와 펼쳐놓고, 누군가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으러 옵니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 있죠?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건네고, 물건을 살펴보고, 값을 묻습니다. 어떤 사이에서는 신뢰가 생기고, 어떤 사이에서는 생기지 않습니다. 선택이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 화학작용.‘
이런 것들이 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케팅이라는 이름이 붙기 한참 전부터 이 일들은 즐비했습니다. 단골이 생기는 것, 입소문이 퍼지는 것, 어떤 가게 앞에 유독 사람이 몰리는 것. 당시 이 모든 현상은 누군가가 정교한 전략을 세워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결과였죠.
파는 사람이 진심으로 좋은 물건을 내놓았고,
사는 사람이 그 진심을 알아봤고,
그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것.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마케팅이 특별한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이에 원래 일어나는 일들(소통하고, 공감하고, 설득하고, 신뢰를 쌓는)이 ‘시장’이라는 맥락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것뿐입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란 시장에서 일어나는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고, 상호작용이며, 화학작용이죠.(일련의 모든 작용, 과정)
이렇게 바라보면, 마케팅의 구조는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됩니다. 한쪽에 브랜드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에 고객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매개체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매개체를 통해 서로에게 커뮤니케이션을 보내고, 또 받습니다. 양방향으로. 이게 바로 마케팅의 본 모습이자, 전체 구조입니다.
브랜드라는 사람
그림의 왼쪽 끝을 먼저 들여다보겠습니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닙니다. 제품이 아닙니다. 세련된 슬로건은 더더욱 아니죠. 브랜드의 시작에는 반드시 한 사람의 동기가 있습니다. 혹은 한 팀의 동기가 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 있는 문제를 보았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었다는 충동,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가능성, 누군가를 돕고 싶었다는 마음. 이런 게 브랜드의 가장 원초적인 층위입니다. 모든 브랜드는 바로 이 지점 출발합니다.
그 충동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면 제품이 되고 서비스가 됩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식품이 되고, 아이들의 피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화장품이 되고, 공간을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세제가 됩니다.
동기가 형태를 입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품은 시장에 이미 수없이 많다는 점입니다. 제품 자체만으로는 이 사람이 ‘왜’ 이 일을 하는지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층위가 중요해집니다. 가치와 철학.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어떤 브랜드가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대개 그 제품 뒤에 있는 사람의 신념이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왜 만드느냐는 더 오래 남습니다. 어떤 세계를 믿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무엇을 양보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쌓여서 브랜드의 결을 만듭니다.
해결과 도움, 제품과 서비스, 가치와 철학. 이 세 가지는 단순한 순서나 위계를 넘어섭니다. 하나의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결입니다. 그리고 이 결이 곧 브랜드입니다.
그러니 브랜딩이라는 것도, 거창한 작업이기에 앞서 결국 브랜드라는 사람이 가진 것을 정리하고 다듬어 표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리해야 할 자산을 넘어, 표현되어야 할 무언가. 브랜드를 이렇게 바라보면,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고객이라는 사람
이제 그림의 오른쪽 끝으로 가보겠습니다.

마케팅에서 고객을 지칭하는 단어들을 떠올려봅시다. 타겟, 페르소나, 세그먼트, 코호트. 모두 분석과 분류를 위한 언어들이 대부분이겠죠. 물론 이런 개념들이 쓸모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범주와 틀을 만드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이 도구가 편리해질수록 한 가지 함정이 생깁니다. 도구가 대상을 규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25~34세 여성, 수도권 거주, 건강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이라는 문장은 유용한 분류이지만, 그 분류에서 인간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분류가 정밀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포인트’를 상대하게 됩니다.
사실 고객이라 불리는 이 사람에게도 세 가지 결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 이 사람이 부딪히고 있는 현실. 문제와 고민. 아이 피부가 자꾸 트러블 나는데 뭘 발라야 할지 모르겠다, 매장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하는데 기존 세제로는 부족한 것 같다, 몸이 좋지 않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들.
둘째,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찾고 있는 것. 니즈와 원츠. 니즈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필요이고, 원츠는 그 너머의 바람입니다. 안전한 성분의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은 니즈이고, 그 제품이 예쁘고 향도 좋았으면 좋겠다는 것은 원츠입니다. 이 둘은 높은 확률도 함께 작동합니다.
셋째, 선택의 기준이 되는 감각. 취향과 감성.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여러 개 있을 때, 최종 선택을 가르는 것은 종종 이 층위입니다. 이 브랜드의 톤이 나와 맞는다, 이 브랜드의 세계관이 마음에 든다, 이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이 신뢰가 간다. 이런 감각적 판단들이 실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세 층위를 함께 보아야 한 사람이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만 보면 기능 하나로 해결하려 들게 되고, 니즈만 보면 가격 경쟁으로 빠지기 쉽고, 취향만 보면 트렌드를 좇다가 방향을 잃게 됩니다.
고객을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은 막연한 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주 구체적인 노력의 문제입니다. 이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검색창에 이 단어를 입력했을까. 이 사람의 하루 속에서 우리 브랜드는 어떤 순간에 떠오를까. 이 사람은 무엇에 안심하고, 무엇에 불안해할까. 이런 질문들을 놓지 않는 것.
마케팅이 사람의 일이라면, 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단연 그 어떤 전략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플랫폼이라는 수단
그림의 가운데로 오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원, 플랫폼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브랜드라는 사람과 고객이라는 사람 사이에는 플랫폼이 없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시대, 환경에 따라 형태만 달랐을 뿐. 장터의 좌판이 플랫폼이고, 골목 어귀의 간판이 플랫폼이고, 신문 한 면을 차지한 광고가 플랫폼이었습니다. 라디오가, TV가, 전단지가, 옥외 광고판이 플랫폼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네이버가, 구글이, 인스타그램이, 유튜브가, 틱톡이 매개체이고, 챗GPT 같은 생성형 AI(답변 엔진)까지 새로운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각 플랫폼을 규정하는 속성도 각양각색입니다. 기능과 기술, 변화, 트렌드에 따라서 각 플랫폼은 고유한 기능과 기술적 특성을 지니고 있죠.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이고, 유튜브는 영상 중심이고, 검색 엔진은 텍스트&의도(Intent)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중요한 건 이 기능과 기술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겁니다. 알고리즘이 바뀌고, 새로운 포맷이 생기고, 사용자의 행동 패턴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일정한 방향성을 띠면 트렌드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빨라지는 중이죠.
이 플랫폼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역량입니다. 각 플랫폼의 문법을 아는 것,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 새로운 기능이 나왔을 때 빠르게 시도해보는 것. 이런 능력은 마케팅 실행에 있어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플랫폼은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
“인스타그램을 해야 한다”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불완전한 문장입니다. 인스타그램은 브랜드와 고객이라는 두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엄밀히 말해, “어떤 플랫폼이 뜬다”는 소식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이 플랫폼이 우리 고객에게 가닿는 데 정말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것 사이에는 작지 않은 차이(gap)가 있습니다. 전자는 플랫폼에 끌려가는 것이고, 후자는 플랫폼을 ‘활용’해 고유의 목적을 달성해 가는 것이죠.
그래서, 더 선명해져야 할 ‘본질’
솔직히, 지금처럼 마케팅 도구가 즐비했던 시대가 또 있었을까요?
AI가 카피를 써주고,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광고를 자동으로 최적화해주고,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시대입니다. 기술적인 조치는 이제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시도를 무한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블로그도 운영하고, 인스타그램도 하고, 유튜브도 찍고, 뉴스레터도 보내고, 광고도 돌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진입장벽이 이렇게 낮아진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비용으로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로 인해 개인의 성숙과 사회의 발전은 더할 나위없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역설이 하나 발생합니다. 모두가 같은 도구를 쓸 수 있게 된 시대에, 도구 자체로는 더 이상 차별화를 꿰어내지 못한다는 것.
모두가 AI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콘텐츠의 존재 자체가 경쟁력이 되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면, 광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도구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남는 것은, 그 도구에 무엇을 실을 것인가라는 질문뿐입니다.
¹ 마케팅을 플랫폼 기능으로 오해할 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마케팅 자체를 이 플랫폼 안에서의 기능이나 기술로 이해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잘 만드는 것
네이버 블로그 상위 노출 로직을 아는 것
메타 광고의 타겟팅을 정교하게 세팅하는 것
이런 것들이 곧 마케팅의 전부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데요. 이 생각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마케팅이란, 대부분 그런 모습이니까요. 피드에 뜨는 광고,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 잘 만들어진 영상. 눈에 보이는 것은 늘 매개체 위에서 벌어지는 활동이지, 그 활동의 뒤에 있는 고민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가 평소에 ‘잘한다’고 느끼는 큰 브랜드들의 마케팅을 떠올려보면, 이 오해는 더 강해집니다. 캠페인은 세련되고, 콘텐츠는 감각적이며, 타이밍까지 절묘합니다. 겉에서 보면 마치 매개체를 다루는 기술이 탁월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그 캠페인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자기 브랜드에 대한 치열한 고찰이 있었고,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 광고, 그 콘텐츠, 그 캠페인은 그 모든 과정의 끝에서 나온 활동 ‘티끌'(?)에 불과합니다. 빙산의 수면 위에 드러난 일각인 셈이지요.
문제는, 그 일각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² 외부 중심적 마케팅 사고
이 오해가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외부 중심적 마케팅 사고’라고 부릅니다.
저 브랜드가 숏폼 영상으로 터졌으니 우리도 숏폼을 해보자.
요즘 뉴스레터가 대세라니까 우리도 시작해보자.
경쟁사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판단들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따라가는 방식. 그 안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플랫폼 위에서의 활동 어딘가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터지게 만드는 어떤 방식, 알고리즘을 이기는 어떤 기술, 바이럴을 만드는 어떤 공식이 존재할 것이라는 ‘불안한 기대’입니다.
그런 게 전혀 없진 않습니다. 플랫폼마다 문법이 있고, 그 문법을 잘 활용하면 분명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긴 합니다. 다만, 그건 ‘잘 전달하는 기술’이지, ‘전달할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전달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달 기술만 정교해지면, 결국 아무리 나이스한 방식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에 닿지 못하고, 열 수 없습니다.
실제 스타트업, 중소기업 브랜드에서 이런 패턴을 자주 봅니다. 리소스가 넉넉하지 않으니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곳이 플랫폼이죠. 우리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한몫 할 겁니다.
계정을 열고,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돌립니다.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힙니다. 반응이 없거나, 있더라도 지속되지 않거나,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흔히 하는 판단이 “우리가 플랫폼을 잘 못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마케팅 기법을 배워야 한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진짜 문제는 다른 지점에 있죠.
³ 본질의 부재라는 진짜 문제
마케팅 자동화 툴을 도입했지만 무슨 메시지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SNS에 매일 올리긴 하는데, 이게 맞는 방향인지 확신이 없다.
이 막막함의 정체는 뭘까요? 수단이나 기술의 문제일까요? 아닙니다. 본질의 부재입니다. 채널은 열려 있는데, 그 채널에 실을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 활은 있는데, 정작 쏠 화살이 없는 상태. 운영할 채널을 정했는데, 가만히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
정작 양쪽 끝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가 봅시다.

1. 왼쪽 끝의 사람, 브랜드
=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왜 하는가.
2. 오른쪽 끝의 사람. 고객
= 이 사람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무엇을 찾고 있으며, 어떤 감각으로 선택하는가.
이 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지면, 가운데에 어떤 매개체를 놓아야 하는지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언어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가 드러나기 시작하죠.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도구가 두꺼워지고, 메커니즘이 비대해지고, 선택지가 복잡해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본질 하나를 선명하게 정리해야 할 때라고.
한쪽에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에 사람이 있고, 그 사이를 잇는 플랫폼이 있다. 브랜드라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가치를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라는 사람에게 전하고, 고객의 반응이 다시 브랜드에게 돌아온다.
이 구조를 선명하게 정리해두면, 어떤 플랫폼 앞에 서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해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생깁니다. 어떤 플랫폼 앞에서도 그 수단이 우리를 잘 연결해 줄 수 있는지 원칙적으로 살펴보게 합니다.
마케팅 본질을 실무에 입하는 과정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감지해 왔고,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브랜드를 만나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도, 결이 맞지 않는 브랜드를 만나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프로젝트든 이 구조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브랜드라는 사람이 가진 동기, 제품, 가치를 꺼내어 언어로 만들고, 고객이라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가닿아야 하는지를 함께 설계합니다. 컨디션에 따라 경중이 다르지만, 이게 사실상 마케팅의 성패를 가르는 키이기 때문입니다.
① 마케팅 전략 기획
brand marketing strategy



우리는 이 과정을 ‘베이스를 정돈한다’고 부릅니다.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며, 왜 하는가. 그리고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이고, 그 사람에게 우리의 가치는 어떤 의미인가. 이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만드는 일.
이 과정이 생략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수없이 목격해 왔고 피부로 체감해 왔습니다. 적지 않은 브랜드가 자기 안의 이야기를 충분히 정리하기 전에 플랫폼으로 먼저 뛰어듭니다. SNS 계정을 열고, 광고를 집행하고, 콘텐츠부터 올립니다.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전할 이야기가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채널부터 접근하면, 메시지는 흩어지고 리소스만 소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 많은 분들이 경험하시는 그 감각은, 대개 실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베이스가 정돈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죠.
베이스가 정돈되면, 그 다음은 그 이야기를 매개체를 통해 세상에 펼치는 단계입니다. 브랜코스는 이것을 두 축으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② 내부 미디어 운영
Owned, Shared media
하나는 내부 미디어입니다. 자사 웹사이트, 블로그, 뉴스레터 등 브랜드가 직접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채널. 여기서 하는 일은, 자기 이야기를 자기 언어로 일관되게 축적하는 것입니다. 외부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 이 안에 쌓인 이야기는 브랜드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내부 미디어는 브랜드가 세상에 내놓는 ‘집’과 같습니다.

③ 외부 미디어 운영
Paid, Earned media
다른 하나는 외부 미디어입니다. 검색 엔진, AI와 같은 답변 엔진, SNS, 콘텐츠 플랫폼 등 고객이 실제로 머무는 플랫폼들. 여기서 하는 일은, 그 사람의 언어와 맥락에 맞게 가닿는 것입니다. 고객이 검색창에 어떤 단어를 입력하는지,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어떤 순간에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이 두 축이 하나의 베이스 위에서 정합성을 가질 때, 마케팅은 비로소 ‘구동’되기 시작합니다. 내부 미디어에서 하는 이야기와 외부 미디어에서 하는 이야기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고, 어떤 채널에서 우리를 만나든 일관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결국 베이스가 단단해야 합니다. 모든 것은 그 기본 토대에서 시작됩니다.




다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
그래서, 마케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단순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얘기 드리고 싶어요. 그 단순함이 오히려 핵심이라고. 복잡한 건 도구와 환경, 플랫폼이지 마케팅의 구조 자체가 아닙니다. 구조는 원래 단순했습니다. 한쪽에 사람이 있고, 다른 쪽에 사람이 있고, 그 사이를 플랫폼이라는 매개체가 잇고 있을 뿐입니다.
도구와 플랫폼은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겁니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새로 생겨나겠죠. 변하는 속도도 엄청 빨라질 겁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플랫폼도 몇 년, 몇 개월 뒤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쪽 끝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게 가닿고, 그 사람과 대화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일. 마케팅의 시작도, 과정도, 끝도 결국 그 지점에 있다는 걸 잊지 않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