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브랜코스가 실제로 진행한 마케팅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객사와의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기업명과 일부 세부사항은 각색됐지만, 전체적인 진행 과정과 핵심 인사이트는 사실에 기반합니다.
🚨 Before
시리즈 A 투자 유치 후,
마케팅 담당자 1명 채용.
블로그, 쓰레드, 네이버 광고, 뉴스레터, 제안서…
혼자 다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인바운드 문의 월 5건.
대표가 직접 영업의 80%를 소화하는 상태.
‘마케팅을 해야 하는 건 아는데,
뭘 먼저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 After
3개월, 채널 6개 → 3개로 오히려 줄이고,
인바운드 문의 월 5건 → 43건.
대표의 직접 영업 비중 80% → 30%.
마케팅 담당자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구조.
이제야 마케팅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열정은 넘치는데, 방향이 없던 스타트업
2024년 여름, 홈페이지 문의 서식으로 상담 요청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B2B SaaS 스타트업 F사. 기업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솔루션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시리즈 A로 약 20억 원의 투자를 받은 지 6개월쯤 된 시점이었습니다. 제품 자체는 시장에서 꽤 괜찮은 초기 반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았고, 실사용 기업 12곳의 평균 재계약률도 90%가 넘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 문의 당시 F사의 현황
- 업종 : B2B SaaS (기업 내부 협업 솔루션)
- 설립 : 2022년 (컨설팅 당시 3년차)
- 인원 : 18명 (개발 10명, 세일즈 3명, CS 2명, 마케팅 1명, 경영진 2명)
- 투자 : 시리즈 A 약 20억 원 (2024년 초)
- MRR : 약 1,800만 원
- 실사용 기업 : 12개사
- 마케팅 전담 인력 : 1명 (입사 3개월차)
첫 미팅은 F사 대표 정 대표님과 마케팅 담당자 한 매니저님,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다.
정 대표님은 개발자 출신이었습니다. 대기업 IT 부서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가, 매일 겪던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직접 풀겠다고 나온 분이셨죠.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실제로 쓰고 있는 고객사들의 반응도 그 확신을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시작하고 10분쯤 지나니, 정 대표님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졌습니다.
“투자를 받고 나서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솔직히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이랬습니다. 투자 유치 전까지는 모든 영업을 도맡았던 정 대표님. 지인 네트워크를 타고, 콜드 이메일을 보내고, 전시회에도 나가보고. 그렇게 고객사를 12곳까지 만들었죠. 프로덕트가 좋으니 한번 써보면 계속 쓰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투자를 받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사회에서는 매 분기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고, 세일즈 인원도 늘렸는데, 정작 세일즈에게 넘겨줄 ‘리드’가 없었습니다. 대표가 직접 뛰어서 만들어낸 12개 고객사 외에는, 시장에서 F사를 알아서 찾아오는 경로가 거의 없었던 거죠.
그래서 3개월 전에 마케팅 담당자를 채용했습니다. 한 매니저님. 마케팅 경력 4년차, 이전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했던 분이었습니다.
한 매니저님의 상황도 들어봤습니다.
“입사하고 보니까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었어요. 회사 블로그에 글이 5개 있었는데 다 제품 업데이트 공지였고, 네이버 광고를 조금 돌리고 있었는데 누가 세팅한 건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한 매니저님도 나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입사 첫 달에 쓰레드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 글도 쓰고, 뉴스레터도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검색 광고 세팅도 다시 하고, 회사 소개서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세일즈팀에서 급하게 필요하다는 제안서 디자인도 도와줬고요.
3개월 동안 매일 야근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뭐가 잘되고 있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정 대표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 매니저가 진짜 열심히 하는 건 눈에 보여요. 근데 저도, 한 매니저도, 지금 우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솔직히 마케팅 대행사를 한 3곳 만나봤는데, 한 곳은 퍼포먼스 광고를 하자고 하고, 한 곳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또 한 곳은 보도자료부터 풀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다 맞는 말 같은데, 전 그런 소프트웨어보다 전체 하드웨어를 잡아 줄 곳이 필요했습니다.”
브랜코스가 자주 마주하는 장면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두고 종종 ‘조각 퍼즐’에 비유하곤 하는데요. 퍼즐 조각은 다 있는데, 완성된 그림이 없는 그런 상태에 직면한 겁니다. 어떤 조각을 먼저 맞춰야 하는지, 어떤 조각이 빠져 있는지, 심지어 이 조각들이 같은 퍼즐의 조각인지조차 확인이 안 되는 상태.

Week 1~2 : 흩어진 조각 모으기
시작 단계에서는 F사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마케팅 활동 전수 조사였습니다. F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모든 마케팅 채널과 활동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랬습니다.
✔️ F사의 마케팅 채널 현황 (6개 채널 운영 중)
- 회사 블로그 (워드프레스) : 글 8개, 그중 6개가 제품 업데이트 공지
- 쓰레드 : 팔로워 340명, 주 3회 포스팅, 반응 미미
- 네이버 검색 광고 : 월 150만 원 집행
- 뉴스레터 : 구독자 120명, 격주 발행, 오픈율 4%
- 회사 소개서/제안서 : 3개 버전 혼재
- 간헐적 기고 : IT 매체에 1회 기고 경험
채널은 6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각각이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쓰레드는 쓰레드대로, 광고는 광고대로. 서로 연결되지 않으니 방문자가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고, 나간 사람을 다시 만날 방법도 없었죠.
더 심각한 문제는 메시지가 채널마다 달랐다는 점입니다. 블로그에서는 “AI 기반 실시간 협업 플랫폼”이라고 하고, 쓰레드에서는 “팀 생산성을 높이는 올인원 솔루션”이라고 하고, 제안서에서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혁신 도구”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회사인데 세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
고객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떠올리기 어려운 상태
한 매니저님의 업무 시간 분석 결과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일주일 동안의 업무를 기록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전체 업무 시간의 약 70%가 ‘급한 요청 대응’에 쓰이고 있었어요.
세일즈팀에서 “이 고객사에 보낼 자료 급해요”, 대표님이 “내일 미팅인데 원페이저 하나만”, CS팀에서 “고객사 사례 정리 좀”… 이런 요청들이 매일 쏟아졌습니다. 정작 마케팅 본연의 일, 그러니까 리드를 만들어내는 콘텐츠와 광고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에는 정작 주당 10시간 채 쓰지 못하는 형국이었죠.

이어서 내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대표님, 마케팅 담당자, 세일즈 팀장, 개발 리드까지 네 분을 각각 만났습니다. 물어본 건 단순한 질문 하나였죠.
“F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정 대표님 : “팀 간 사일로를 허무는 것”
- 한 매니저님 : “업무 효율화… 아마도요?”
- 세일즈 팀장 : “경쟁사 대비 직관적인 UI”
- 개발 리드 : “실시간 동기화 기술력”
네 사람, 네 개의 답. 이런 상태에서는 일관된 마케팅 메시지가 정리될 수 없습니다. 한 매니저님이 아무리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어도, 기준이 되는 핵심 메시지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으니 매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마지막으로 기존 고객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F사를 실제로 쓰고 있는 12개 고객사 중 3곳을 골라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왜 F사를 선택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들어보기 위해서였죠.
첫 번째 고객사는 50인 규모의 IT 서비스 회사였습니다. “솔직히 비슷한 툴이 많잖아요. 근데 F사는 도입하기 전에 정 대표님이 직접 오셔서 저희 업무 흐름을 봐주셨어요. 그때 ‘아, 이 사람들은 자기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우리 문제를 진짜 이해하려고 하는구나’라고 느꼈죠.“
두 번째 고객사는 30인 규모의 디자인 에이전시였습니다. “이전에 쓰던 툴은 기능은 많은데 결국 아무도 안 썼어요. F사 제품은 다음 날 출근하니까 팀원들이 알아서 쓰고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그게 좋았습니다.”
세 번째 고객사는 80인 규모의 제조업체였습니다. “공장이랑 사무실이 떨어져 있어서 소통이 늘 문제였는데, F사 도입하고 한 달 만에 불필요한 회의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직원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패턴이 보였습니다. 고객들이 F사를 선택한 이유는 ‘AI 기술’도 아니고, ‘실시간 동기화’도 아니고, ‘UI 디자인’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진짜로 바꿔준 경험’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경험의 변화’. 이건 F사 내부의 누구도 명확하게 언어화하지 못하고 있던 가치였어요.

요약하자면 대략 이 정도

실제 인터뷰, 리서치&분석 과정을 마인드맵으로 정리한 모습
Week 3~4 : 전체 그림 그리기
2주간의 진단을 마치고, 정 대표님과 한 매니저님에게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먼저, 불편한 진실부터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F사에 필요한 건 마케팅을 ‘더’ 하는 게 아니라고. 마케팅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거라고.
정 대표님이 잠시 멈추셨다가 물으셨어요.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 매니저님이 해온 일들 중 분명히 살릴 것들이 있었어요. 다만, 전체 설계도 없이 벽돌을 하나씩 쌓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어떤 벽돌이 1층에 가야 하고 어떤 게 2층에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도면이 필요했죠.
1. 핵심 메시지 통일
고객 인터뷰에서 발견한 F사의 진짜 가치를 하나의 문장으로 정제했습니다.
Before : “AI 기반 실시간 협업 플랫폼” / “팀 생산성을 높이는 올인원 솔루션” / “기업 커뮤니케이션 혁신 도구” (채널마다 다른 3개의 메시지)
After : “팀이 일하는 방식을 바꿉니다.”
기술 사양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변화를 담은 한 문장. 여기서 출발해서 모든 콘텐츠, 모든 채널, 제안서까지 하나의 메시지 체계로 정렬시켰습니다. 웹사이트 메인 카피, 블로그 소개란, 쓰레드 바이오, 제안서 표지 — 어디서든 F사를 만나면 같은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2. 채널 역할 정의 : 6개에서 3개로
한 매니저님이 6개 채널을 혼자 운영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인원을 더 뽑으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6개를 3개로 줄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운영을 멈출 채널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님은 “혹시 놓치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셨고, 한 매니저님은 “지금까지 세팅한 게 아까워서”라고 하셨죠.
브랜코스는 이 질문을 드렸습니다. “고객이 F사를 처음 알게 되는 경로가 어딘가요?” 데이터를 보니 명확했습니다. 기존 12개 고객사 중 9곳은 정 대표님의 직접 네트워크, 2곳은 구글 검색, 1곳은 IT 매체 기고를 통해 알게 된 경우였습니다.
정리하면, 지금 F사에 필요한 건 대표의 네트워크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올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채널 역할을 나눴어요.
🟢 블로그 (신뢰 구축) : ‘고객의 문제 해결’ 콘텐츠를 축적. 검색을 통해 F사를 처음 만나는 접점. SEO 최적화 병행.
🟢 쓰레드 (인지 확산) : 정 대표님의 인사이트와 업계 관점 공유. 브랜드의 ‘사람’을 보여주는 채널. 주 3~4회 짧은 포스팅.
🟣 리드마그넷 + 이메일 (전환 유도) : 블로그와 쓰레드에서 유입된 관심자를 대상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이드 PDF를 제공하고 이메일 리드로 전환. 이후 뉴스레터를 통해 관계를 이어감.
나머지 3개(네이버 검색 광고, 간헐적 기고, 기존 뉴스레터)는 일단 멈추거나 축소했습니다. 네이버 검색 광고는 월 150만 원을 쓰고 있었지만, 유입 대비 문의 전환이 거의 0에 가까웠어요. 잘 만든 콘텐츠에 그 예산을 태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콘텐츠 체계 전환 : ‘하고 싶은 말’에서 ‘듣고 싶은 말’로
블로그 글 8개 중 6개가 제품 업데이트 공지. 나머지 2개도 F사 수상 소식, 투자 유치 소식이었습니다. 모두 ‘우리 이야기’였던 셈.
“음. 이런 건 사실 저희 말고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일걸요.”
한 매니저님이 조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쓴 글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곧 이해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도 다른 회사 블로그 가서 ‘자화자찬’ 글들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콘텐츠 방향을 180도 전환했습니다. ‘F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F사의 ‘고객이 궁금해하는,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기존 고객 인터뷰와 고객 상담 로그를 분석했습니다. 고객들이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주제로 선정했죠.
- “리모트 팀인데 소통이 자꾸 엇나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협업 툴을 도입했는데 팀원들이 안 써요.”
- “회의는 줄이고 싶은데, 안 하면 불안해요.”
이런 주제들은 F사의 잠재 고객이라면 한 번쯤 검색해볼 법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F사가 이 문제들에 대해 진짜 전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죠. 매일 고객사의 그 문제를 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월간 콘텐츠 캘린더와 제작 프로세스도 새롭게 재편 설계했습니다. ‘이번 주에 뭘 쓰지?’ 고민하는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한 달 치, 최소 2주 간의 주제가 미리 잡혀 있으니, 한 매니저님은 기획이 아닌 ‘제작'(실행)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4. 한 매니저님의 역할 재정의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한 매니저님은 ‘마케팅 담당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마케팅 관련 잡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안타깝지만, 자리 잡히지 않은 스타트업&중소기업 마케터들의 현주소이기도 하죠.
세일즈팀의 급한 자료 요청, 대표의 갑작스러운 미팅 준비, CS에서 넘어오는 사례 정리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매일의 업무를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정대표님과 예하 경영 관여자들과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한 매니저님의 역할을 다시 정의합니다. ‘모든 걸 다 하는 사람’에서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세일즈 자료 제작은 기본 템플릿을 만들어 활용하기로 하고, 세일즈팀에서 직접 수정하는 구조로 바꿉니다. 수시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던 대표 보고 자료는 주 1회 정기 업데이트로 전환했습니다.
5. 인바운드 퍼널 설계
마지막으로, 콘텐츠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구조는 단순하게 잡았습니다. 복잡할수록 실행이 안 되니까요.
블로그 유입 → 리드마그넷(PDF 가이드) 다운로드 → 이메일 확보 → 뉴스레터로 관계 유지 → 상담 문의
리드마그넷으로 쓸 PDF는 기존 고객 인터뷰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를 토대로 제작했습니다. ‘팀 커뮤니케이션 진단 체크리스트’라는 제목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10페이지짜리 가이드였습니다. 내용 중 F사 제품 이야기는 마지막 1페이지 정도. 나머지는 순수하게 고객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채웠습니다.

Month 2~3 : 작은 바퀴부터 굴리기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실행되지 않으면 종이 위의 계획에 불과합니다. F사 프로젝트에서 실행 단계는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첫 달 : 기반 세팅과 첫 콘텐츠
가장 먼저 웹사이트 메인 메시지를 정비했습니다. “AI 기반 실시간 협업 플랫폼”이라는 기존 헤드라인을, 고객의 언어로 바꿨습니다. 어떻게 바꿨는지는 F사 고유의 자산이기에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기술 사양이 아닌 ‘고객이 경험하는 변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만 공유드립니다.
블로그 콘텐츠 3편을 발행했습니다. 모두 ‘고객의 문제’에서 출발한 아티클이었습니다.
첫 번째 글은 “리모트 팀의 커뮤니케이션이 엇나가는 진짜 이유”라는 주제였습니다. 한 매니저님이 초안 소스를 제공하고, 브랜코스가 구조와 관점을 함께 다듬었습니다. 이전까지 한 매니저님이 쓰던 글들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품 이야기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고객이 실제로 겪는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고, 실행할 수 있는 해결 방향을 제시했죠.
네이버 검색 광고는 일단 중단했습니다. 월 150만 원이 바로 절약됐지만, 정 대표님은 불안해하셨습니다.
“광고를 안 하면 유입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합리적인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여드렸어요. 기존 광고를 통한 월간 유입이 약 400건인데, 그중 문의로 이어진 건 0.5(?)건. 클릭당 비용은 약 3,700원이었습니다. 이 예산을 콘텐츠 제작과 배포에 쓰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었고, 실제로 그 판단은 두 달 뒤에 숫자로 증명됩니다.
2, 3개월 후 : 작은 반응들이 쌓이기 시작하다
사실 첫 달이 지나고 나서,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블로그 트래픽이 조금 늘긴 했지만, 문의 건수는 여전히 한 자릿수였어요. 그 시점에 한 매니저님께서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죠.
“아직 문의가 안 늘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바로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조급해지면 다시 ‘아무거나 다 해보자’는 모드로 돌아가기 쉽거든요.
차분히 간접 지표들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블로그 체류시간이 기존 1분 20초에서 3분 34초로 늘었고, 리드마그넷 PDF 다운로드가 첫 달에 22건 발생했어요. 숫자 자체는 작았지만, 방향이 맞다는 긍정 신호였습니다. 이전에는 이런 지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두 번째 달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쓰레드에서 정 대표님이 올린 포스팅 중 하나가 예상 밖의 반응을 얻은 것. “우리 회사가 회의를 절반으로 줄인 방법”이라는, 회사의 실제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 쓴 글이었습니다.
이 글 하나로 팔로워가 340명에서 900명대로 늘었고, DM으로 “우리 회사도 그 솔루션 적용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 3건 들어왔습니다. 분야는 달랐지만 모두 스타트업 대표들이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진솔한 이야기에 반응한 겁니다.
정 대표님이 그때 느끼셨다고 합니다.
“아, 내가 제품을 팔려고 하지 않고 경험을 나눴더니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갖는구나.”
세 번째 달에는 콘텐츠가 검색엔진, 답변엔진 상위에 잡히기 시작합니다. 첫 달에 발행한 “리모트 팀의 커뮤니케이션이 엇나가는 진짜 이유” 글이 구글 검색 1페이지에 올랐습니다. 대단한 순위는 아니지만, 한 번도 검색에 노출된 적 없던 F사에게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습니다.
리드마그넷 PDF를 통한 이메일 확보도 꾸준히 쌓였습니다. 둘째 달 37건, 셋째 달 58건. 이 사람들에게 격주로 뉴스레터를 발행했는데, 오픈율이 26%까지 올라갔어요. 기존 뉴스레터의 4%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받는 사람이 ‘진짜 관심 있어서 구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 매니저님이 스스로 콘텐츠 주제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브랜코스가 주제를 제안하고 구조를 잡아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셋째 달쯤 되니, 한 매니저님이 먼저 아이디어를 가져오셨습니다. CS 로그를 들여다보면서 반복되는 질문 패턴을 발견하고, 그걸 콘텐츠로 전환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브랜코스의 역할 역시 ‘리드’하는 것에서 함께 ‘빌드’하는 것으로 바뀌는 전환점이었습니다.

3개월 뒤, 숫자와 사람이 동시에 말하다
3개월이 지난 시점. 정 대표님, 한 매니저님과 함께 성과를 리뷰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 정량적 성과
- 인바운드 문의 : 월 5건 → 월 43건
- 웹사이트 월 자연유입 : 800회 → 6,500회
- 블로그 평균 체류시간 : 1분 20초 → 3분 34초
- 리드마그넷 다운로드 누적 : 117건
- 뉴스레터 구독자 : 120명 → 340명, 오픈율 4% → 26%
- 마케팅 채널 수 : 6개 → 3개 (오히려 줄임)
- 대표 직접 영업 비중 : 80% → 30%
💊 정성적 변화
- 한 매니저님의 업무 중 ‘급한 요청 대응’ 비중 : 70% → 25%
- 세일즈팀과 마케팅 사이에 공통 언어가 생김 (핵심 메시지 통일 효과)
- 대표가 영업 미팅이 아닌 제품과 고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확보
-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잠재 고객이 이미 F사의 관점을 이해한 상태로 문의 → 세일즈 효율 상승
숫자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건 ‘인바운드 문의 43건’이었습니다. 물론 43건 전부가 당장 계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3개월 전까지 대표가 직접 뛰어야만 만들 수 있었던 ‘만남의 기회’가,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43건의 문의 품질이었어요. 블로그나 리드마그넷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F사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세일즈 팀장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예전에는 첫 미팅에서 회사 소개부터 30분씩 했는데, 요즘은 ‘블로그 글 도움 많이 됐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분들이 늘었다고. 대화의 깊이 자체가 처음부터 다른 것 같다고.
정 대표님의 변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3개월 전에는 제가 안 뛰면 아무것도 안 돌아간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마케팅만큼은 한 매니저를 믿고 맡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덕분에 제가 정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큽니다.“
한 매니저님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뭘 해도 맞게 하고 있는 건지 불안했어요. 매일 야근하면서도요. 지금은 야근이 줄었는데 오히려 성과가 보입니다. 뭘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니까 흔들리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머릿수 아닌 ‘구조’로 완성된 마케팅팀
F사의 사례를 돌아보면, 우리가 한 일은 사실 대단한 게 아닙니다.
새로운 채널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줄였습니다. 획기적인 캠페인을 집행하지도 않았습니다. 광고비도 줄였고요. 바이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와 협업하거나, 대대적인 PR을 벌이지도 않았습니다.
한 일은 이것뿐입니다.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춘 것.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채널의 역할을 나누고, 콘텐츠의 방향을 잡고, 담당자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제자리에 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정리’의 효과가 이렇게 큰 이유는, F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가 진짜였기 때문입니다. 제품에 대한 확신, 고객에 대한 진심, 문제를 풀려는 진정성 — 이런 것들을 이미 내제하고 있던 브랜드였습니다. 다만 그것들이 시장에 닿는 길을, 방법을 몰랐을 뿐.
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담당자를 뽑았는데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를 해보는데 뭐가 맞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 대행사를 써봤는데 전체 그림이 아닌 부분만 건드린다. 결국 대표가 직접 뛰는 게 제일 빠르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마케팅 팀을 ‘만든다’는 건,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어떤 메시지를 어떤 순서로 어떤 사람에게 전달할 것인지. 그 설계도가 먼저 있어야, 1명이든 10명이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