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프로그램, 정말 다 써보셨나요

📌 INDEX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인을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피그마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왜 디자이너들은 몇 년마다 익숙했던 프로그램을 두고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옮겨 갈까요?

프로그램만 놓고 보면 다 달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하나의 흐름이 있어요.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일하는 방식, 디자인 프로세스도 함께 달라져왔어요.

픽셀과 벡터를 오가던 시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쓰이면서 디자이너의 일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화면 하나를 픽셀 단위로 다듬을 수 있게 됐어요. 그림자를 얼마나 부드럽게 넣을지, 어떤 질감을 줄지, 원하는 부분에만 필터를 걸거나 색감을 조정하는 것까지 가능해졌어요.

근데 포토샵만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었어요.

로고나 아이콘처럼 크기가 계속 바뀌어야 하는 건 일러스트레이터의 몫이었거든요.

포토샵으로 그린 이미지는 확대하면 깨졌지만, 일러스트레이터의 벡터는 아무리 늘려도 선명했어요.

그렇게 일러스트에서 만든 로고를, 포토샵으로 명함과 제품패키지 등에 합성했어요.

하나는 어디에 넣어도 깨지지 않는 도구였고, 하나는 정교하게 다듬는 도구였어요. 이 두 도구가 짝을 이뤄서 브랜드 하나가 완성됐어요.

문제는 이렇게 만든 화면이 나중에 코드로 옮겨질 때였어요. 포토샵 파일은 그냥 하나의 이미지였거든요.

버튼 크기가 몇 픽셀인지, 색상 코드가 정확히 뭔지, 폰트 크기가 몇 인지, 이런 정보는 이미지 안에 담겨 있지 않았어요.

UI 디자인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시대

이미지 출처: sketch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디자이너에게 낯선 도전이 생겼어요.

이제 디자이너는 그림 한 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이 누르고 넘기고 스크롤하는 화면들의 흐름을 설계해야 했어요.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화면은 어떤 순서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졌어요.

스케치가 이 시점에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니에요. 반복되는 버튼이나 아이콘을 심볼로 만들어두고 재사용할 수 있는 기능, 화면 크기별로 레이아웃을 맞춰주는 기능이 스케치 안에 들어 있었거든요.

이런 기능들이 필요해진 이유는 단 하나예요. 디자인해야 할 화면의 개수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이때부터 UI 디자이너라는 말이 따로 쓰이기 시작했어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시대

그다음 등장한 피그마는 도구 자체보다 방식을 바꿨어요.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피그마 하나만 열면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가 같은 화면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어요.

누군가 수정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볼 수 있고, 코멘트를 남기면 바로 답이 달려요.

게다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에 비해 사용법이 직관적이라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어요. 프로토타입같이 움직임이 있는 화면도 간단하게 만들어볼 수 있고요.

이건 그림을 더 잘 그리게 해주는 기능이 아니에요. 디자인이 한 사람의 결과물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다듬어가는 디자인 프로세스로 바뀌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이 시기부터 “시안을 넘긴다”는 말보다 “같이 본다”는 말이 더 자주 쓰이기 시작했어요.

만드는 걸 도와주는 시대

그리고 지금, AI가 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버튼 하나를 그리는 데 걸리던 시간, 여러 개의 레이아웃을 만드는 데 걸리던 시간. 이런 반복 작업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디자이너의 역할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질문이 하나 더 늘었어요. 예전에는 “이걸 어떻게 만들까”만 고민하면 됐는데, 이제는 “이걸 AI에게 어떻게 시킬까”까지 고민해야 하거든요.

또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AI가 만들어준 걸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포토샵으로 다듬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정리하고, 피그마로 완성해서 진짜 쓸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의 몫이에요.

결국, 도구보다 중요한 것

디자인 도구는 계속 바뀌어왔어요. 디자이너들이 몇 년마다 새 프로그램으로 옮겨간 것도, 결국 그때그때 풀어야 할 문제가 달라졌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전의 도구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다듬고, 일러스트레이터로 로고와 그래픽을 만들고, 스케치와 피그마로 화면을 설계해요. 필요하다면 여러 프로그램을 오가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요.

결국 중요한 건 어떤 프로그램을 쓰느냐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에 가까워졌어요.

디자인 프로세스가 복잡해질수록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도 하나의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이미지를 만들고, 화면을 설계하고, 사람들과 협업하고, 때로는 AI의 도움까지 활용하면서 상황에 맞는 도구를 선택하고 연결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이 함께 필요해졌어요.

어쩌면 앞으로의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건 모든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도구를 이해하고 자신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일 거예요.

도구는 계속 바뀌겠지만,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그 도구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디자이너의 역할은 계속될 테니까요.

written by 디자이너 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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