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빨리,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묻는 분들을 만납니다. 죄송한데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알아도 알려 드리지 않을 겁니다. 알면 제가 그 사업을 했겠죠. 어쨌든, 모든지 과정을 생각하기 전에 이렇게 결과부터 쫓으려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이런 습성(?)은 ‘ 돈 ‘에 대한 그릇된 배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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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좋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도 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돈이 전부라고 여기진 않아요. 돈은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수단입니다. 물론 그 수단이 풍족하면 풍족할 수록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부족하다고 해서 굶어죽는 세상은 지났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돈이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떤 원리로 회전하는지 그 근원을 가르쳐주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의 자립과 존엄, 그리고 나만의 가치와 삶의 기준이라고 끊임없이 강조하죠. 아이러니하게도 돈은 이런 근원의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했을 때 알아서 찾아 오게 됩니다. 제가 부자는 아니지만 사십년 넘게 살며 알게 된 작은 깨달음입니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수단이라며 너무 무시하거나 경시하면 오히려 뒤처질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 ‘돈’과 ‘자본주의’라는 원리에 대해서 관심이 큰 편입니다. 책이든 유튜브 영상이든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접하면서 여러 현인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김승호 회장의 책과 강연에서 큰 공감과 울림을 받았습니다.
김승호 회장의 지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자는 그럴만한 인격과 태도, 자세가 갖춰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부자가 된 다음에 태도가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핵심은 ‘돈’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아래 몇가지 포인트를 요약해 드립니다.
돈의 속성 (김승호)
1. 돈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합니다. 돈에도 감정과 인격이 있다고 말하면서, 돈을 존중하고 올바르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돈을 인격체, 그러니까 ‘사람’처럼 대한다는 관점에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2 그리고 작은 돈도 소중히 여기라고도 말합니다. 작은 돈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큰 돈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결국 우리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삶을 결정짓는다는 의미입니다.
3. 또, 남의 돈을 내 돈처럼 대하라는 그의 조언도 합니다. 타인의 돈이나 공공재를 존중하는 태도가 결국 내 재정 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4. 돈과 친구 같은 관계를 맺으라고도 합니다. 돈을 사랑하되, 그 사랑이 지나치지 않도록, 필요할 때는 보내줄 줄 아는 균형 잡힌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은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라고도 말하죠.
김승호 회장의 부자, 돈에 대한 지론은 자본주의 원리에 대한 오랜 경험과 깊은 이해에서 우러나온 인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돈에 대한 이런 의미있는 견해를 단순히 성공한 사업가의 좋은 말 정도로 받아 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돈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 사회의 경제 구조, 내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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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철학자들도.
사실 김승호 회장의 지론은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철학자들의 견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돈의 철학”에서 돈을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로 봅니다. 그의 관점은 김승호 회장이 돈을 인격체로 보는 것과 비슷한데요. 짐멜은 돈이 개인의 자유를 증진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객관성, 합리성까지 고취시킨다고 말합니다. 돈을 목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돈이 갖는 ‘기능’, 그러니까 돈이 우리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재산을 인간의 주요 자산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적절한 재산 소유가 덕성 있는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많은 재산을 소유해야 덕성이 생긴다는 말이 아닙니다. 돈을 ‘덕성’을 갖추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 수단으로 여긴겁니다.
이 수단이라는 관점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도 같은 결을 그립니다. 쇼펜하우어는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돈이 자유와 독립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곧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또 재산의 올바른 사용이 정신적 가치 추구를 가능하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정신적 가치 추구’를 위해 적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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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벌어야 하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하지?
과거 철학자들의 말이 김승호 회장이 말한 “돈은 인격체”라는 관점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은 모두 돈을 단순한 물질적 대상이나 목적이 아닌, 우리의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와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얼마’, ‘많이’라는 양적인 관점이 아니라 ‘왜’라는 관점에서 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동일합니다. 돈이라는 개념의 근원과 이해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대목입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돈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꼭 필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곧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경영자라면 이 지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건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많은 철학자들과 김승호 회장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돈에 대한 불변의 논리입니다. 그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올바르게 다루어야 할 인격체와 같은 돈.
그럼 이제 스스로에게 궁극의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나는(우리 회사는) 돈을 왜 벌어야 할까요? 그리고 열심히 번 돈을 무엇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요? 그에 앞서 자본주의란 무엇인지, 화폐라는 개념이 언제 왜 어떻게 생겼는지도 찾아보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스스로 묻고 기준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바람직한 시각으로 돈에 대한 나만의 자세를 만들어 가는 경영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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