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코스가 책임 단위로 일하는 이유

이 글의 순서

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님과 미팅 중에 사적인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답했죠.

대표님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 찼습니다. 사실 이런 반응은 처음이 아닙니다. 면접에서든, 고객사 미팅에서든 이 말을 하면 대부분 비슷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두려고 해요.

매일 아침 9시. 사무실 문이 열립니다.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아요.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일정을 체크합니다. 그리고 6시. 다시 짐을 싸서 퇴근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9시간 동안 사무실에 있었다고 해서, 정말 9시간의 가치를 만들어 냈을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품었던 질문입니다. 회의실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던 시간들, 보고서 한 장을 만들려고 불필요하게 늘어진 검토 과정들,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해’ 자리를 지켰던 순간들.

시간은 분명 중요한 자원이잖아요. 그런데 ‘시간 자체’가 성과는 아니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책임’ 단위로 일한다는 건 간단히 말해, “내가 맡은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결과에 대해 온전히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 사이에 몸을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기대 결과를 설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과정과 방법은 전적으로 구성원에게 맡기는 식.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애정하는 한 개발자는 새벽형 인간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빈둥대다가(?) 7시부터 코딩을 시작합니다. 점심 즈음이면 하루 할 일의 대부분을 끝내고, 오후에는 국내외 기술 블로그를 찾아 읽거나 뭔가 또 새로운 걸 공부합니다. 일하는 장소도 천차만별이에요. 때로는 카페에서, 때로는 집에서 일합니다.

반면 다른 디자이너는 완벽한 올빼미족이에요. 오전에는 거의 연락이 안 되지만, 오후가 되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밤 10시, 11시까지 작업하는 게 그녀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보입니다.

만약 우리가 “9 to 6″를 강요했다면 어땠을까요? 새벽형 개발자는 가장 생산적인 시간을 낭비하며 오후를 버텨야 했을 것이고, 올빼미 디자이너는 멍한 상태로 오전을 흘려 보냈겠죠.

우리가 책임 단위로 일하는 이유를 조금 더 부연해 볼게요. 이건 고객 중심의 사고에도 도움됩니다. 한 번은 고객사 대표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답은 자명합니다. 고객은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잘’ 해냈는지에 관심이 큽니다.

실제로 저희가 진행한 한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프로젝트 초기 예정보다 기획이 훨씬 빠르게 정리되어서, 예정된 일정보다 4일 먼저 보고 브리핑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고객사에서 일정 앞당기는 걸 보고 이렇게 묻더라고요.

저는 웃으며 답했죠. 우리 회사만큼 야근없는 마케팅 회사도 없다고. 다만 각자가 자기 리듬에 맞춰 일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까 효율이 조금 더 잘 나왔고, 보고를 일찍 드릴 수 있게 된거라고. 이렇게 책임 단위로 움직이면 오히려 업무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시간까지 앞당기는 마법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책임 단위로 움직이는 이유에는 우리 스스로의 성장 욕구도 숨어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일할 때랑 책임 단위로 일할 때, 사람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보거든요. 전자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라는 스탠스라면, 후자는 “이 일을 어떻게 더 잘 해낼까”라는 스탠스로 업무를 대하게 됩니다.

실제로 회사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 이것저것 묻기 마련인데요. 특히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묻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대답은 늘 비슷합니다. ‘그래도 되죠’같은 대답. 완전히 틀렸다는 생각만 들지 않으면 본인의 생각대로 정리해 가길 권장하죠.

처음에는 이런 문화가 어색하는 분들도 한, 두 달 뒤에는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스스로 일정을 관리하고, 필요한 스킬을 찾아 스터디하고, 뭔가 더 나은 방법을 파보기 시작합니다. 그저 주어진 일만 하는 수동적인 ‘마케터’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알고 스스로 움직이는 능동적인 마케터로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책임을 진다는 게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부담이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동적인 전문가가 되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성장의 방향입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창의’적인 부분 때문입니다. 오래된 생각인데, 저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생각하면, 절대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익명을 요구한) 브랜코스 기획자님은 좋은 아이디어는 주로 산책 중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종종 오후에 회사 근처를 정처없이 배회(?)합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어떤 마케터는 새벽 사우나에서 풀리지 않던 기획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한 디자이너는 전시회를 돌아다니다가 프로젝트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고요. 만약 이들을 각 잡힌 사무실 책상에만 묶여 있었다면, 이런 창의적인 순간들이 가능했을까요?

책임 단위의 일하기는 이렇게 ‘형식에서 자유로운 덕분에’ 더 창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절대적으로 이런 자율과 자유가 더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내고, 더 높은 수준의 기획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쯤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임 단위로 일하는 것이 항상 장밋빛인 건 아니라는 사실. 먼저, 모든 사람이 이런 방식을 선호하진 않습니다. 또 선호한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명확한 지시, 규칙적인 일과가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끼고 좋은 퍼포먼스를 냅니다. 그 역시 존중받아야 할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또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도 생각보다 참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됐나?”라는 기준을 세우는 것, 서로의 기대치를 맞추는 것,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만드는 것. 이 모든 것이들은 시행착오라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 지니 참고하세요.

협업도 큰 난제입니다. 각자의 리듬대로 일하다 보면, 함께 모여야 할 때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주 1회 정기 미팅, 긴급 상황 시 반응해야 하는 시간, 프로젝트 진행 상황 공유 방법 등. 기본적으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른이니까요.

글을 마치기 전에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누가 책임 단위로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뭐냐라고 물으면 저는 고민없이 ‘신뢰’라고 답할 겁니다.

우선 회사가 멤버들을 신뢰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정말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심 대신, “저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멤버들도 회사를 믿어야 해요. “내가 성과를 내면 정당하게 평가받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어야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신뢰해야 합니다. “쟤는 놀고 있는 것 아니야?”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거야”라는 믿음이 있을 때, 진정한 팀워크가 발휘된다는 걸 잊지마세요.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 스타트업 대표님은 미팅이 끝날 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우리가 책임 단위로 일하는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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