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크면서 대화 깊이도 남달라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얘기해줬는데요. 역사랑 철학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약간의 반론(?)을 펼쳤어요. 이런 시각도 있다, 저런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꼰대력도 발산됐습니다. ‘개념’과 ‘관념’에 대해서 설명해줬거든요.
한참 설명하다가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딩이란 것도 결국 개념과 관념을 연결시키고 디벨롭하는 일이 아닐까? 아래는 그 생각을 메모로 끄적였던 걸 풀어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설명하자면 왼쪽 뭉치가 일반 ‘개념’, 오른쪽 전구가 내 ‘관념’
개념과 관념의 ‘이해’
먼저 개념의 개념을 정리해 드릴게요. 사전적으로 의미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동의하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의 단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는 개념은 바퀴가 있고, 엔진으로 움직이며,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기계라는 공통된 이해를 포함하죠.
개념은 생활 속에서 소통, 이해의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본적인 특질, 즉 개념을 파악하고 그걸 기반 전략을 수립하는 게 효과적인 마케팅의 정론입니다.
반면, 관념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이미지를 의미합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개인마다 다른 관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 감정, 가치관 등에 따라 형성되니까요. 다시 ‘자동차’를 예로 들어 볼까요.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모험의 상징’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념은 ‘브랜드 전략’을 운운할 때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편입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관념(관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로 성공적인 브랜딩의 중추라고 할 수 있죠.
여러 ‘개념’이 모여 이내 다져지는 나만의 ‘관념’
개념과 관념의 ‘관계’
언뜻 보면 관념보다 개념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잘못된 개념이 통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담배’가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 심지어 건강에 좋다는 캠페인이 펼쳐질 정도로 우호적인 개념이 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이 개념이 완전히 뒤집어 졌죠.
그렇다면 개념은 중요하지 않고 관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관념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꼭 이 개념이 꼭 필요합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관념에만 머물러 있다면 편견이나 오해에 빠질 우려가 큽니다.
브랜딩과 마케팅 관련 업무를 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다양한 개념을 학습하고 이해해 스스로의 관념을 확장하고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더 넓은 시야, 깊이 있는 고객 이해를 가능하게 하니까요. 요즘 화두인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깊이 이해하면, 환경 친화적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념을 더 용이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개념에서 관념으로, 관념에서 개념으로.
관념을 개념으로 만드는 일, 브랜딩.
이런 측면에서 브랜딩은 ‘관념으로 개념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딩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특별한 관념을 심는 과정이니까요. 누군가에게 형성된 관념이 널리 퍼지고 공감을 얻게 되면, 결국 그건 하나의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애플이 딱 좋은 사례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애플의 슬로건은 ‘Think Different’입니다. 애플만의 관념이라고 볼 수 있죠. 해석하자면 다르게 생각하는 걸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그 가치를 몸소 증명해 보이겠다고 약속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혁신으로 세상을 주도합니다. 이제 ‘Think Different’라는 말 한마디는 개념을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품같은 슬로건으로 통용되는 중입니다. 브랜딩은 이렇게 누군가의 주관적 관념을 넘어,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공유되는 강력한 과정을 그립니다.
이제 밖을 살펴보세요.
자, 이제 잘 살펴보세요.
둘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개념과 관념은 우리의 인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두 축입니다. 다시 말해 브랜드 전략 수립의 핵심적인 요소인 셈이죠. 그래서 브랜드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을 넓게 이해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관념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새로운 나만의 관념 창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곧 성공하는 브랜드들의 숨은 방정식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제 밖을 살펴보세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개념과 관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개념과 관념의 차이를 알았다면 뭔가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원석을 발굴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다듬고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면 브랜코스를 찾아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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