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차이가 어디서 크게 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자율성’에 큰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AI는 스스로, 그러니까 자율(自律)적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어떤 객체의 지시(프롬프트)가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어떤 명령을 내려야만 AI는 그것에 반응하고, 그 결과를 내놓는 ‘객체’일 뿐이죠.
이런 측면에서 생성형 AI (인공지능)은 스스로 ‘창조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프로그래밍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임무를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역시도 사전에 사람이 프로그래밍을 구현해 두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AI는 결국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붓’ 정도, 엄밀히 말해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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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그리고 변화 감지
또 다른 차이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입니다. AI는 시류의 변화를 감지하는 각각이 없기에, 무언가의 정의를 스스로 내리게 어렵습니다. 이런 게 반영되려면 사람이 ‘지금 시류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라고 알려주거나, ‘최근에 이런 뉴스가 있었다.’ 혹은 ‘이런 걸 학습해.’라고 따로 지시를 해야 합니다. 결국 누군가가 그 정의를 입력해 주어야만, AI는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리하자면,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생성형 AI라고 해도 인간의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사고와는 결이 다르다는 게 개인 소견입니다. 물론 주어진 문제에 대한, 미션에 대한 계산이나 사고 그리고 논리는 정확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황에 맞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에 따라 적절한 액션을 취하는 건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에 속합니다.
midjourney by human
우리를 엄습한 두려움과 불안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생성형 AI 등장에 많은 불안을 느낍니다. 이 생성형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거나 나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은 AI를 마치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 착각한 데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드렸듯, AI는 사람이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면 AI는 우리가 두렵고 불안하게 느낀 경쟁자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선물과도 같은 기술의 진보로 느껴집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잘 되었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심플합니다. 이 AI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각자의 환경에 알맞은 학습 방법은 찾는 일.
조금 더 쉽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화가는 붓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붓을 잘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나만의 작품을 완성해 갑니다. 우리도 AI를 그런 도구로 바라보고, 그것을 이용해 우리만의 창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익숙한 일, 그렇기에.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19세기 초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미술계는 이제 ‘그림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종말을 선언했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초상화를 그리던 화가들의 수입이 크게 줄었으며, 일부 판화가들이 집단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사회적 혼란이 크게 야기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십수 년도 걸리지 않아 사진과 미술의 새로운 융합이 시작됩니다. 사진이 독립적으로 예술 분야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최초 사물을 표현해 내는 동일한 수단에서 차츰 의도와 기능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다층화된 셈입니다.
(19세기 최초로 발명된 다게레오타입(Daguerreotype) 카메라. 1839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에 의해 발명되었다 – 출처 : 위키백과)
이런 사례는 역사 속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는 ‘글쓰기 기술’ 보급에 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가 사람들의 기억력을 약화시키는 건 물론, 지혜를 얻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인쇄술의 발명도, 전기의 보급도, 라디오와 TV,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도 인간에게 크나큰 충격은 안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그 당시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물론 당시에는 큰 변화의 물결이 일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부분 우려했던 인간의 기능 상실, 대체화, 궁극적으로 우려했던 ‘퇴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바른 이해와 지혜, 실천 필요
말이 길어졌네요. 하고 싶은 말은, 정말 AI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내 밥벌이를 위협할 것이냐, 우리 인간을 대체할 것이냐의 논쟁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행보는 내가 AI를 어떻게 대하느냐, 얼마큼 잘 다루느냐에 달려 있거든요.
AI를 불편한 경쟁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협력자로 볼 것인가. AI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AI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개발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우리 앞에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는 생성형 AI들. 이 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인간의 선택과 결정, 그리고 지혜에 달려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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