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성공? 최소한의 요인 3가지

📌 INDEX

“우리도 성공한 브랜드처럼 보이고 싶다.”

는 생각에 홈페이지를 고치고, 수상 이력을 만들고, 멘트도 있어 보이게 다듬고, 대표자 인터뷰 사진도 새로 찍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애쓴 브랜드일수록 오히려 덜 전문가스러운 어색함이 묻어납니다. 과하게 정돈된 전문성 앞에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는 신호가 새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법”과 “전문가로 여겨지는 법”은 다른 얘기니까요. 전자가 연출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인식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브랜드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지점은 아마 후자겠죠. 그런데 후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성공

이 주제를 고민하던 중에 작년에 읽은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이 쓴 페이머스입니다. 원제는 “How to Become Famous”이지만, 한국어판 부제가 좀 더 직접적입니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책의 결론은 조금 불편합니다. 선스타인이 이렇게 말하거든요. 어떤 작품이 성공하고 어떤 사람이 명성을 얻는 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행운’이라고. 즉, 통제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의 결합이라는 말입니다.

성공의 척도는 행운?

페이머스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이 일명 ‘행운 가설’을 증명해 갑니다.

먼저 반대 사례를 드는데요. 비틀스의 노래들로 만든 영화 예스터데이. 사고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비틀스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비틀스의 노래를 자기가 부른 것처럼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이 영화가 전제하는 건 하납니다. “좋은 노래는 누가 불러도 결국 좋다.” 선스타인은 여기에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겁니다. 과연, 정말 그런가?

이어 스타워즈 사례를 소개합니다. 1977년에 처음 영화가 개봉했을 때, 영화를 만든 조지 루카스 본인조차 영화가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혹평이 두려워 개봉일에 하와이로 휴가를 떠났을 정도였다고. 제작사는 필름이 아까워 100벌 채 안 되게 복제를 했다고 합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는 당연히 스타워즈가 아니었습니다. 버트 레이놀즈가 나온 액션 영화 《스모키 밴디트》였죠.

그런데 말이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스타워즈의 성공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탁월한 시각적 완성도, 미국적 신화의 부활, 시대가 원했던 선과 악의 서사. 얼마든지 설명을 붙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선스타인은 이런 설명들이 대체로 결과를 보고 원인을 소급해 만든 이야기에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스타워즈가 실패했다면, 우리는 그 실패의 이유 또한 얼마든지 논리적으로 설명해냈을 겁니다.

세기의 명작 모나리자도 예시로 나옵니다. 16세기 초에 그려졌지만, 지금의 압도적 지위에 오른 것은 1860년대 이후라고 하는데요. 선스타인은 1911년 루브르에서 이 그림이 도난당한 사건이 큰 전환점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모나리자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서 책이 짚는 현시대의 부끄러운 이면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를 “종속 변수의 함정”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성공한 기업 40개의 공통된 행동 패턴을 뽑아 “성공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책들이 있는데, 정작 같은 행동 패턴을 가졌음에도 실패한 800개의 기업은 아무도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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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대학을 중퇴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중퇴자의 장점”을 떠올리며 중퇴한 창업자가 더 유리할 거라고 판단합니다. 반대로 제프 베이조스가 프린스턴을 졸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졸업자의 끈기”를 떠올리며 반대로 판단합니다.

우리는 이미 성공한 사례만 보고 그 공통점을 따라 하려고 하지만, 같은 공통점을 가진 채 조용히 사라진 수많은 인물들, 사건들, 브랜드들의 존재는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많은 분들이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성공이 운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뜻인가? 저도 페이머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이 ‘작동될 조건

사실 이 책은 ‘그러니까 포기하세요’ 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책의 뒷부분에서 예측 불가능한 행운을 작동시킬 수 있는 조건, 그러니까 ‘성공’과 ‘유명’으로 가는 길 대한 이야기로 꽤 긴 분량을 할애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영포티들에게는 낯익은 인물,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의 스토리를 꺼냅니다.

스탠 리는 사실 20년 가까이 자기 직업을 부끄러워하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책 만드는 일을 합니다” 정도로 얼버무렸다고 했다고. 1960년대 초, 그가 다니던 마블은 뉴욕의 방 하나짜리 사무실에 사장과 편집자 한 명이 전부인 작은 회사였습니다. 그의 원래 꿈은 소설가였고, 만화는 그에게 도구가 아니라 부업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마블 제국의 토대를 만들었을까요. 서사는 이렇습니다. DC의 슈퍼맨이 지나치게 정의롭고 따분했던 것에 비해, 스탠 리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인간적 결함과 유머를 가진, 1960년대 미국의 시대정신을 호흡하는 살아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물론 이것도 후에 덧붙여진 느낌)

그런데 페이머스의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스탠 리가 사실 탁월한 마케터이기도 했다고. 스탠 리가 했던 일들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스파이더맨을 처음 등장시키던 페이지에, 그는 자기 자신을 캐리커처로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독자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여러분께 새로운 친구 스파이더맨을 소개합니다.” 몰입을 깨는 기이한 방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만화 속 인물과 독자를 같은 무대 위에 세우는 장치였습니다.

만화책 뒷부분에 그는 독자들이 보내온 편지를 실었습니다. 팬들은 다른 팬들이 어떻게 열광하는지를 읽으며, 자기 열광에 확신을 얻었을 것입니다. 만화가들에게 별명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잭 커비는 “킹 커비”가 되었지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은어도 만들어 퍼뜨렸습니다. “엑셀시오르(Excelsior)”라는 한 단어가 마블 팬임을 증명하는 암호처럼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스탠 리가 한 일은 비교적 분명해집니다. 그는 정보 폭포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던 것입니다.

정보 폭포란, 사람들이 자기 판단보다 타인의 선택을 더 신뢰하며 휩쓸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단이 형성되면 그 집단에 끼고 싶어 하는 사회적 욕망이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현상을 뜻합니다.

스탠 리는 이 두 현상이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독자들이 서로를 발견하게 했고, 함께 흥분할 구실을 주었으며, 자기들만의 언어를 갖게 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스탠 리는 운을 기다린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운이 작동할 수 있는 판을 깐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이 지점이 페이머스, 그러니까 ‘유명’해지는 것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책의 전개 파트에서는 “성공의 대부분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을 말한다면, 뒷부분에서는 “그럼에도 예측 불가능성(= 행운)이 작동할 조건은 우리가 설계해볼 수 있다”는 실용적 메시지를 건네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해석하자면 운을 통제할 수 없지만, 운이 들어올 문은 얼마든지 열어두고 맞이 할 수 있다는 얘기죠.

운이 작동하는 판 만드는 3가지 방법

스탠 리의 이야기를 마케팅의 언어로 옮겨오면,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브랜드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개 그런 브랜드들은 스스로가 대단하다든지, 엄청나다(?)든지 하는 자화자찬은 잘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렇게 여겨질 수 있는 조건을 꾸준히 고민하고 실행해 갑니다.

그동안 여러 브랜드를 살펴보면서 저희가 관찰한 공통점은 대략 3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자기만의 ‘언어’를 만들어갑니다.

그들은 대개 업계 용어를 있는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업계에 없던 단어를 만들어 쓰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를 자유자재로 잘 다루면 유식(?)해 보일 수는 있겠죠. 반면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은 그 언어를 정의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에어비앤비가 “임대인” 대신 “호스트(Host)”라는 단어를 만들고 정착시킨 건, 거래의 프레임을 임대에서 환대로 바꾸는 포인트이었습니다. 호텔이 “투숙객”을 받는 동안, 에어비앤비는 “게스트와 호스트의 만남”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의 규칙을 만든 셈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만들어낸 “치믈리에”라는 농담 같은 단어 역시, 결국 이 말을 아는 사람들끼리의 암호가 되었습니다. 스탠 리의 “엑셀시오르”가 마블 팬들을 하나로 묶었듯이 말이죠.

기존 단어를 잘 다루는 브랜드는 여러 경쟁자 중 한 곳으로 보이기 쉽습니다.(one of them) 반면 자기만의 언어와 규칙을 가진 브랜드는 그 세계를 정의한 곳으로 여겨지게 됩니다.(only one) 언어는 경계를 만들고, 규칙은 그 안의 작동 방식을 정합니다. “이 말과 규칙을 아는 사람끼리”의 네트워크가 생기는 순간, 브랜드는 카테고리 안의 경쟁자가 아니라 카테고리 자체의 기준점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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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자기만의 ‘세계관’을 꾸준히 반복합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그런데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브랜드는 의외로 드뭅니다. 업계 동향을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세상을 이렇게 본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리스크가 동반되거든요. 시장의 통념에 동의하지 않을 때, 혹은 다른 곳에서 놓친 지점을 짚을 때, 브랜드는 비로소 자기 자리를 갖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반복입니다. 한 번의 뾰족한 주장은 인상을 남기지만, 같은 세계관을 여러 각도에서 꾸준히 이야기하는 브랜드만이 “이 영역은 저곳”이라는 좁고 깊은 자리를 얻게 됩니다. 스탠 리가 마블의 캐릭터들을 통해 “결함 있는 영웅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세계관을 수십 년간 반복한 것도 결이 같습니다.

셋째, ‘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해둡니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자기가 속하지 않는 영역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는 이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혹은 “우리는 이런 고객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브랜드는 그 자체로 자기 정의의 밀도를 갖게 됩니다. 반대로 모든 일을 받는 브랜드는 어떤 영역의 대표 브랜드로도 여겨지기 어렵죠.

명확한 경계가 있는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그 경계 안쪽에서의 확고한 자리를 얻게 됩니다. 거절은 포기가 아니라 선언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어느 지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는 선언이 결국 독자에게는 “이것에 관해서라면 무조건 여기지”라는 언어로 번역되어 기억됩니다.

가만히 보면 이 3가지에 방법에는 공통점이 하나 숨어 있는데요. 모두 “꾸며진 인상”이 아니라 “쌓아 올린 자리”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셋 모두 브랜드가 의도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우연이 들어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연이 들어왔을 때 그것이 증폭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짜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행운 ‘그릇’을 만드세요.

성공한 브랜드처럼 보이려 애쓰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자리를 잡은 브랜드들은 자기가 성공했음을 애써 증명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세계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할 뿐죠.

그 이야기의 밀도, 그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규칙의 일관성, 그 이야기가 닿는 사람들 사이에 만들어지는 연결. 이런 것들이 시간을 두고 쌓이며 “저 브랜드는 이미 윗 자리에 있다”는 인식이 조용히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페이머스』의 결론은 얼핏 허무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성공의 가장 큰 변수가 행운이라는 말이 그렇게 들릴 법도 하죠. 그런데 그 결론에서 한 걸음만 나아가 보면, 조금 다른 메시지가 들립니다.

행운은 통제할 수 없지만, 행운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받아낼 그릇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브랜드란, 어쩌면 그 그릇을 가장 성실하게 빚어온 브랜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한 브랜드처럼 보이는 법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성공이 자라날 조건’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다행히도 우리 보통의 브랜드가 충분히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여깁니다.

The Right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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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브랜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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