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고객 숫자는 중요하게 여기면서, 늘 기존 고객은 뒷전입니다. 그 사이 기존 고객들은 우리를 조용히 떠나고 있죠. 우리가 잊은 것처럼 그냥, 그들도 우리를 조용히 잊는 겁니다.
우린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또 혈안입니다. 이런저런 광고나 프로모션을 돌립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붇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양상.
오늘은 그 독의 밑을 한번 들여다보려 합니다.
우리와 연결된 고객을, 어떻게 다시 오게 할 것인가?
바로 재구매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얻는 일’과 ‘지내는 일’은 다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개념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고객을 ‘얻는 일’과 고객과 잘 ‘지내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입니다. 언뜻 그게 그것처럼 보이지만, 둘은 본질 자체가 다릅니다.
얻는 일은 낯선 사람의 마음을 처음 여는 일입니다. 그래서 화려해야 하고, 눈에 띄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죠. 반면 지내는 일은 이미 문을 연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일입니다. 화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꾸준하고, 편안하고,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실제 데이터가 증명합니다. 오래된 연구지만 여전히 자주 인용되는 베인앤컴퍼니의 조사인데요. 고객 유지율을 5%만 끌어올려도 이익이 25%에서 많게는 95%까지 늘어난다는 내용입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은, 이미 있는 고객을 붙드는 비용보다 5배에서 25배가 더 들죠.
🔗 출처 : The Value of Keeping the Right Customers
그런데도 예산과 시간은 늘 ‘얻는 쪽’, 그러니까 신규 고객 쪽으로 쏠립니다. 얻는 건 티가 나고, 지내는 건 티가 안 나니까요. 하지만 브랜드를 더 브랜드답게 다지는 건, 사실 그 티 안 나는 쪽입니다. 말하자면 새 고객은 매출을 당장의 매출을 만들어 주지만, 충성고객은 브랜드라는 견고한 자산을 만들어 줍니다.
고객 ‘감동’은 이제 그만
그럼 기존 고객과 어떻게 지내야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갈 수 있을까요? 이 지점에서 흔히 떠올리는 게 ‘감동’인데요. 미처 예상하지 못 한 선물, 깜짝 이벤트, 기대를 뛰어넘는 한 방. 고객이 감동이나 감탄을 하게 만들면 충성고객이 될 거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가트너(옛 CEB)가 고객 응대 7만 5천 건을 들여다보고 내린 결론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그 글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고객을 감동시키려 애쓰지 마라.’
🔗 출처 : Stop Trying to Delight Your Customers
요약하자면, 기대를 뛰어넘는 ‘감동’은 충성고객의 충성도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 정작 다시 올지 말지를 가른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고객이 들여야 했던 ‘수고’의 크기였습니다. 무언가를 해결하느라 애를 많이 쓴 고객의 96%가 등을 돌렸고, 수고가 적었던 고객은 9%만 떠났습니다.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죠.
우리는 고객을 감동 못 시켜서 잃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고객을 번거롭게 해서 잃고 있었던 거죠.

혹시 우리도 고객을 귀찮게 하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 보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카톡으로 문의하라고 하고, 카톡으로 문의했더니 이번에는 무슨 양식을 쓰라고 하고, 뭘 준비하라 그러고.. 다 했더니 다시 전화가 옵니다.
그 사이 우리의 스트레스 게이지는 점진적으로 차오릅니다. 결국엔 마음을 닫겠죠. 첫 문의에서 한 번에 끝내주기만 해도 반복 문의가 40% 넘게 줄어든다는데, 오히려 브랜드 스스로가 효율을 떨어 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그러니 재구매율을 높이는 첫걸음은, 의외로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사실상 ‘빼는 일’입니다. 떠날 이유부터 줄이는 것. 멋진 무언가를 얹기 전에, 고객이 우리와 거래하며 들여야 하는 수고를 한 단계라도 덜어내는 일이죠.
고객을 곁에 묶는 치트키 ‘감정’
다만 여기엔 함정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수고를 줄이는 일은 고객을 ‘떠나지 않게’ 하긴 합니다. 그런데 ‘더 가까이 오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불편하지 않은 것과 마음이 머무는 건 다른 감정이잖아요. 편한 브랜드는 더 편한 브랜드가 나타나면 갈아탈 수 있습니다. 한 번 마음이 머문 브랜드는 그렇지 않죠.
그 차이를 만드는 게 감정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또 다른 연구는, 그냥 ‘만족한’ 고객보다 감정적으로 연결된 고객이 52% 더 가치 있다고 말합니다. 만족은 머리의 일이지만, 연결은 마음의 일이니까요.
🔗 출처 : The New Science of Customer Emotions
일찍이 하버드의 수전 푸르니에 교수가 짚은 것도 같은 결이었습니다. 사람은 브랜드를 ‘구매’만 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어떤 브랜드는 든든한 조력자고, 누군가에겐 특별한 날을 함께 준비하는 파트너입니다. 우리 고객이 우리를 어떤 존재로 여겨주길 바라는지, 그걸 정하고 나면 응대의 말투도 연락의 빈도도 비로소 한 방향으로 정렬됩니다.
그래서 재구매는 이 2가지가 합쳐질 때 완성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쪽으로는 떠날 이유를 줄이면서, 다른 쪽으로는 머물 이유를 더하기. 이 2가지를 실무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우리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4가지 방법론으로 풀어 설명드립니다.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라는 관점이라면 쉬워질 일
1. 고객 수고 덜어주기
우선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고객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를 주르륵 한 번 적어보세요. 예약하려면, 문의하려면, 다시 사려면 몇 번을 움직여야 하는지. 그중 한 단계만 없애도 재구매의 문턱이 확 낮아집니다.
카카오 알림톡을 예로 들어 볼까요? 예약·결제·문의가 채널 하나 안에서 끝나도록 묶고, 자주 묻는 질문은 채널 하단에 고정해 두세요. 고객이 ‘연락하지 않아도 해결되는’ 경험을 세팅하는 것. 그게 기존 고객의 재구매를 부르는 첫 단추입니다.
2. 묻기 전에 먼저 챙기기
문제가 생긴 뒤 잘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기기 전에 먼저 손 내미는 쪽이 관계를 더 깊게 만듭니다. 포레스터에서는 선제적으로 고객을 챙기는 기업이 이탈을 10~15%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출처 : Forrester’s 2024 US Customer Experience Index : Brands CX Quality Is At An All-Time Low
배송이 늦어질 것 같으면 고객이 묻기 전에 알리고, 재구매·재방문 시점이 다가오면 먼저 안내하는 일. “지난번 받으신 그 관리, 이맘때 한 번 더 챙기시면 좋아요” 같은 알림톡 한 통. 고객이 ‘나를 알아서 챙겨준다’고 느끼는 순간, 거래는 관계로 전환됩니다.
3. ‘온리 유’로 말하기
맥킨지는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브랜드)일수록 개인화에서 더 많은 매출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소비자의 71%는 ‘나를 아는 듯한’ 응대를 기대하고, 그렇지 못하면 76%가 떠난다고.(맥킨지 Next in Personalization 2021)
🔗 출처 : The value of getting personalization right – or wrong – is multiplying
거창한 개인화 마케팅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는 단체 문자와, 내 지난 구매를 기억하고 보내는 한 통의 메시지는 온도가 전혀 다릅니다. 보유한 구매·방문 기록을 몇 개의 묶음으로만 나눠도, 메시지의 결이 달라집니다. 개인화는 사실 기술이 아니라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4. 고객을 ‘크루’로 만들기
마지막입니다. 고객을 그냥 고객에 머물게 하지 말고, 우리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 스타벅가 좋은 사레인데요. 스타벅스는 매출이 흔들리던 시절 고객에게 아이디어를 제안 받아 약 300개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실제로 반영했습니다. 그 과정이 현재의 스타벅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급력이 셌죠.

‘해피아워’도 고객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서비스
쉽게 챌린지해 볼 수 있는 건 신제품이나 신메뉴 후보를 투표로 고르게 하고, 의견을 받는 겁니다. 채택된 의견엔 제안한 분의 이름을 밝혀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당신의 의견로 이런 걸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리턴해 주는 그 과정이, 고객을 그냥 잠재고객에서 손쉽게 크루로 변신시킵니다. 그리고 크루는, 좀처럼 떠나지 않습니다. 떠나지 않은 그 크루가 남긴 리뷰나 후기글 한 줄이, 또 다른 신규 고객을 불러오기도 하고요.
숫자 잊고 원리를 이해하길
신규 고객을 늘리는 일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걸 그만두라는 게 아닙니다. 그 노력 한 켠에 늘 기존 고객과의 관계 유지, 강화를 통한 재구매율 솔루션도 친구처럼 떠올려야 합니다. 브랜드는 결국 고객들의 러브마크가 쌓여 단단해지는 법이니까요.
재구매율은 붙잡아서 올리는 숫자 게임이 아닙니다. 떠날 이유가 줄고 관계를 지속할 이유가 생기면, 그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입니다. 관계란 원래 그런 모양입니다.
잊지마세요.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에 신경을 쓰는 것이 브랜드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