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아이콘을 보면 가장 먼저 삭제가 떠오르지 않나요? 왜 휴지통 아이콘을 보면 삭제가 떠오를까요?
생각해보면 좀 이상해요. 왜 돋보기는 검색이고, 하트는 좋아요일까요?
우리는 아이콘을 보면 바로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너무 익숙해져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에 가까워요.
아이콘은 그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약속이거든요.
다들 비슷하게 생긴 이유

❤️는 좋아요, 💬은 댓글, ✈️는 공유, 🔖는 저장.
카카오톡에서도, 인스타그램에서도, 처음 써보는 앱에서도 같은 모양의 아이콘이 있어요.
이건 디자이너들이 서로 베껴서가 아니에요. 사용자가 새 아이콘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아서예요.
헤더가 항상 위에 있는 이유와 똑같아요. 자리가 예측 가능해야 눈이 편한 것처럼, 모양도 예측 가능해야 손이 편해요.
낯선 아이콘 하나를 새로 배우는 것보다,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을 그대로 쓰는 게 사용자 입장에선 훨씬 편하거든요.
그래서 아이콘 디자인은 사실 창작보다 합의에 가까워요. 얼마나 독창적인 모양을 만드느냐보다,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모양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가 더 중요해요.
저장 버튼의 정체를 알고 계신가요

그런데 이 익숙함에는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어요.
저장 버튼은 여전히 플로피 디스크 모양이에요. 전화 아이콘은 여전히 옛날 수화기 모양이고, 카메라 아이콘은 필름 카메라 모양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이제 이 물건들을 실제로 본 적 없는 사람도 많다는 거예요. 요즘 태어난 사람들은 플로피 디스크를 만져본 적도, 수화기가 달린 전화기를 써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도 저장 버튼을 보면 저장이라는 걸 알고, 전화 아이콘을 보면 통화라는 걸 알아요.
원래 아이콘은 물건을 그린 그림이었어요. 저장이라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그 시절 저장 장치였던 플로피 디스크를 그린 거예요. 근데 이제는 그 순서가 뒤집혔어요.
플로피 디스크가 저장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모양 자체가 곧 저장이라는 뜻이 됐어요. 원래 가리키던 대상은 사라졌는데, 기호만 남아서 뜻으로 굳어진 거예요.
비슷한 예가 하나 더 있어요. 인스타그램 로고예요.
처음에는 실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닮은 모습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단순해졌고, 지금은 카메라의 디테일보다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죠.

처음엔 진짜 카메라였는데, 지금은 하나의 아이콘이자 로고가 됐어요.
아이콘만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어요
근데 모든 아이콘이 이렇게 확실한 뜻을 가진 건 아니에요.
한 서비스에서는 내비게이션 바에 시계 모양 아이콘을 넣었어요. 시계라는 모양 자체는 누구나 바로 알아봤어요. 근데 이 아이콘을 누르면 최근에 방문한 페이지 목록이 열린다는 건,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어요.
실제로 이 아이콘을 눌러본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모양은 분명했는데, 뜻은 완전히 낯설었던 거예요.
닐슨노먼그룹은 이런 경우를 두고 낭비된 기능이라고 불렀어요.
🔗 참고: NN/Group
많은 디자이너들이 여기서 놓쳐요. 알아볼 수 있는 모양이면 뜻도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텍스트를 빼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콘이 아무리 또렷하게 보여도, 그게 정확히 무슨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예요.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동작일수록 아이콘 옆에 짧은 글자를 같이 둬야 해요. 아이콘이 시선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면, 글자는 그 시선이 맞는 곳에 도착했는지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무신사와 네이버 지도 앱 화면이에요. 아이콘 옆과 밑에 작은 글자가 친절하게 붙어 있는 게 보이시나요?
아이콘은 언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언어를 미리 준비해두는 거예요
결국 아이콘이 빠르게 읽히는 이유는 그림이 말보다 우월해서가 아니에요.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봐서 저절로 익숙해진 것뿐이에요.
그 익숙함이 없는 아이콘은, 아무리 예쁘게 그려도 사용자에게는 낯선 기호일 뿐이에요.
아이콘은 말을 줄여주지만, 그 말을 아예 없애주진 않아요. 그림이 먼저 도착할 뿐, 언어는 늘 그 뒤에 서 있어요.
written by 디자이너 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