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사용자를 설득할까, 배려할까?

📌 INDEX

해지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화면 한가운데 민트색 버튼이 저를 반겨요. ‘배민클럽 전용 혜택 유지하기’ 어.. 클릭..!

진짜 제가 찾던 해지하기는 맨 아래, 작고 흐릿한 글씨로 겨우 숨만 쉬고 있어요. 심지어 옆에는 ‘혜택 종료 D-13’이라는 말풍선까지 붙어서 마음을 흔들어요.

이거 저만 이런 거 아니죠? 분명 해지하러 왔는데, 버튼도 잘못누르고, 왜 자꾸 저를 설득하려고 하는 거죠?

사실 디자인은 버튼 하나, 문구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해지 화면처럼 사용자를 설득하고 흔드는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중요한 순간마다 사용자를 한 번 더 붙잡아주는 배려 디자인도 있어요.

1. 되돌릴 수 없는 순간엔, 한 번 더 물어보기

삭제 버튼, 발송 버튼. 누르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행동들이 있어요.

이런 순간에 아무 확인 없이 바로 실행되면 어떨까요. 손가락이 살짝 미끄러졌을 뿐인데, 중요한 메일이 날아가고 소중한 파일이 사라져요.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행동 앞에는 확인창이 필요해요. “정말 삭제하시겠어요?” 한 문장이면 충분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한 문장이 정확히 뭘 묻는지예요. “계속하시겠어요?”처럼 두루뭉술하면, 사용자는 뭘 누르는지도 모른 채 그냥 습관적으로 확인을 눌러요.

대신 “삭제하시겠어요?”처럼 실제 행동을 문장에 그대로 담아주면, 사용자는 자기가 지금 뭘 지우려는 건지 다시 한번 인식하게 돼요.

2. 제출하기 전에,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기

확인창은 마지막 순간에 ‘정말 이게 맞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예요. 반면 미리보기는 그 전에 실수를 미리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장치예요.

글을 다 쓰고 발행 버튼을 눌렀는데, 오타나 빠진 문장을 나중에야 발견한 적 있지 않나요.

이럴 때 발행 직전에 실제 화면처럼 보여주는 미리보기가 있으면 어떨까요.

제목, 본문, 이미지가 실제로 어떻게 보일지 먼저 확인하고, 이상한 부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칠 수 있게요.

계약서나 신청서 같은 서류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서명하기 전에 입력한 내용을 다시 한번 쭉 보여주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사용자가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넘어가야, 마음 놓고 다음 버튼을 누를 수 있어요.

3. 원인까지 알려주는 에러 메시지

로그인 화면에서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라는 문구를 본 적 있을 거예요. 어느 쪽이 틀렸는지 몰라서, 결국 둘 다 다시 입력해봐야 해요.

카드 번호를 입력하는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만 뜨면 어떨까요. 번호가 틀린 건지, 카드가 만료된 건지, 시스템 문제인지 알 길이 없어요.

에러 메시지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면 안 돼요. 왜 문제인지,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까지 같이 알려줘야 해요. ‘이 아이디는 존재하지 않아요’와 ‘카드 번호가 유효하지 않습니다’처럼요.

원인을 알면 사용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원인을 모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나, 결국 포기해버려요.

4. ‘저장 중’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안심

문서를 한참 쓰다가 오류가 난 적 있나요? 방금 쓴 내용이 저장됐는지 안 됐는지 몰라서 불안했던 적 있죠.

이 불안은 사실 별거 아닌 문구 하나로 사라져요.

화면 어딘가에 저장 중이 떠 있다가 저장됨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사용자는 안심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어요.

반대로 아무 표시가 없으면, 사용자는 계속 의심해요. 진짜 저장된 거 맞나, 새로고침 해도 괜찮나. 그 의심을 없애는 게 이 작은 문구의 역할이에요.

중요한 건 상태가 바뀌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거예요. 저장이 시작될 때, 끝났을 때, 실패했을 때. 이 세 가지 순간마다 사용자에게 다른 신호를 줘야 해요.

5. 실수해도 돌아갈 수 있다는 안전망

아무리 확인창을 띄우고 미리보기를 보여줘도, 사람은 실수해요. 그게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필요한 건, 실수해도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에요.

메일을 잘못 보냈을 때 몇 초 안에 취소할 수 있는 기능, 파일을 삭제해도 휴지통에서 다시 꺼낼 수 있는 구조. 이런 안전망이 있으면 사용자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버튼을 눌러요.

역설적이게도, 되돌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과감하게 행동해요.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심이, 오히려 사용자를 자유롭게 만들어요.

결국 배려하는 디자인은 사용자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자인이에요. 사용자가 실수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실수를 감당할 수 있게 만들어줘요.

다음에 해지 버튼이나 삭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면, 그 화면이 나를 설득하고 있는지, 아니면 안전하게 결정하도록 도와주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세요.

배려 디자인은 사용자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고, 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으니까요.

written by 디자이너 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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