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이버 검색 로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쭉쭉 퍼포먼스를 내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체감이 이어지고 있고, 아이보스에는 각자의 사례와 해석이 쏟아지는 중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변화를 단순히 불리한 환경 변화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변화가 오히려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동안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던 검색과 콘텐츠 생태계가, 이제서야 자율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흐름으로 접어든 듯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변화에 발맞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요령이나 우회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로 돌아가는 태도일 겁니다.

광고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 씬은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었습니다. 광고처럼 보이지만 광고라고 부르기 어렵고,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정보로서의 신뢰를 주지 못하는 글들이 넘쳐났죠. 이른바 ‘쩜오 세계’였습니다.
브랜드들은 사실상 블로그를 광고의 대체 수단, 아니 완전한 광고처럼 여기고 활용해 왔습니다. 사용자들은 점점 피로해졌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갔다가 매번 ‘이거 또 광고네’라는 짜증을 유발하기 일쑤였습니다. 검색 결과 페이지를 열심히 스크롤해도 비슷한 톤, 비슷한 구조, 비슷한 결론을 가진 글들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게 정보인가, 광고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습니다.
블로그의 태생은 분명합니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밀어 넣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과 생각을 주고받고 맥락을 설명하며 신뢰를 쌓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에요. 광고는 광고 상품을 통해 집행하는 것이 맞습니다. 노출을 돈으로 사는 행위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광고를 콘텐츠의 얼굴을 한 채 쌓아 올려왔다는 점입니다.
이번 로직 변화는 이 경계를 다시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블로그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이제 브랜드는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걸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궁금해할 만한 것에 진심으로 답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관점과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플랫폼 의존성 down, 자체 미디어&콘텐츠 up
이번 변화가 유독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많은 브랜드가 특정 플랫폼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검색 로직 위에 모든 전략을 얹어 놓으면, 그 규칙이 바뀌는 순간 브랜드는 그대로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이제 브랜드는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검색 알고리즘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우리만의 미디어 위에 서 있는가.

저희가 늘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케팅은 ‘투입’이 아니라 ‘자산’을 쌓아가는 활동이라는 것. 광고에 쏟아붓는 비용은 그 순간 효과를 내지만, 광고가 멈추면 함께 사라집니다. 반면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미디어에 쌓인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유입되기도 하고, 관계가 형성된 고객이 다시 찾아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브랜드는 자체 미디어와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많은 무게를 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 유입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게 유일한 생존 경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브랜드가 직접 쌓아온 아카이브, 브랜드만의 관점이 담긴 콘텐츠, 검색이 아니라 관계로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접점. 이런 자산이 있을 때 플랫폼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변수 중 하나가 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플랫폼의 규칙에 맞추느라 브랜드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까요.
SEO를 넘어 AEO, GEO 시대
이번 로직 변화를 단독으로 보면 안 됩니다. 네이버는 이미 AI 브리핑 기능을 통해 검색 결과를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여러 콘텐츠에서 정보를 추출해 하나의 답변으로 정리해주는 방식이죠. 이번 검색 로직 개편과 AI 브리핑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저품질 콘텐츠를 걸러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것.
이런 흐름 속에서 검색엔진최적화(SEO)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질문에 답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그리고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가 함께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검색 양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키워드를 조합해 정보를 탐색하지 않아요. 질문하고, 즉각적인 답을 원합니다.(클릭없이, zero click) 네이버 AI 브리핑이 여러 블로그 글을 읽고 핵심만 뽑아서 보여준다면, 그 핵심으로 선택받는 콘텐츠는 어떤 글일까요? 키워드를 억지로 끼워 넣거나 분량만 늘린 글이 아닐 겁니다.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명확하게 답하는 글이겠죠.
그래서 이번 로직 개편을 AI 시대 검색 환경의 서막으로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검색엔진에 잘 걸리는 글’이 아니라 ‘질문에 가장 적확한 답으로 인식되는 글’, 그것이 앞으로 살아남는 콘텐츠의 조건이 될 겁니다.
‘콘텐츠 구조화’ 더욱 중요해질 것
AEO와 GEO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콘텐츠의 구조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됩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을 넘어, 정보가 어떻게 배열되고 연결되는지가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하나의 글 안에서도 주제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고, 질문과 답의 관계는 분명해야 합니다. 제목, 소제목, 문단의 흐름이 논리적으로 이어질수록 검색 엔진과 AI는 콘텐츠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합니다. 사람이 읽기에도 편하고, 기계가 해석하기에도 명료한 구조.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는 정리되지 않은 장문의 글보다, 구조화된 콘텐츠가 더 잘 눈에 띄고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ex. H1, H2, H3..) 이건 검색을 위한 기술적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용자 경험을 위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바쁜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그것이 곧 좋은 콘텐츠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구조화는 검색을 위한 장치이자, 독자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태도입니다.
도메인 지식에서 뿜어지는 ‘권위’와 ‘신뢰’
모든 변화의 종착지는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입니다. 얕은 정보와 반복된 문장, 어디서 본 듯한 구조는 점점 힘을 잃을 겁니다. 반대로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도메인 지식과 경험이 담긴 콘텐츠는 플랫폼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겁니다.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권위가 되고, 신뢰가 됩니다. 그리고 이 신뢰는 검색, 추천, 공유를 통해 다시 확산됩니다.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정보원을 찾고, 한번 신뢰가 형성되면 그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브랜드 콘텐츠는 얼마나 자주 올리느냐보다, 누가 써도 똑같지 않은 이야기인가를 더 중요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관점, 그것이 콘텐츠의 차별점이 됩니다.
저희도 늘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글이 정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가? 우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인가? 이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을 때만 콘텐츠를 내보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기준이지만, 그럴 수록 의미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야
이번 네이버 검색 로직 개편은 단순한 규칙 변경된 수준으로 보지 않길 바랍니다. 그동안 왜곡되어 있던 콘텐츠 환경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블로그를 광고판으로 쓰던 관성, 플랫폼에 모든 것을 맡겨온 구조, 얕은 최적화에 의존하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단 네이버 블로그를 넘어서, 이제는 브랜드가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계속 요령을 찾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본질로 돌아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후자는 분명 더 어렵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15년 이상 오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후자가 훨씬 오래 살아남는, 이런 이슈에 더 강해지는 방향이었습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입니다. 브랜드라는 사람과 고객이라는 사람이 만나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블로그와 그 속의 콘텐츠는 대화의 매개체가 됩니다. 이번 변화가 불안하게 느껴지신다면, 어쩌면 그동안 대화보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더 익숙해져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때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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