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로그 뜨는 이유? 앞으로 ‘이것’ 더 중요해진다

📌 INDEX

📌 셋로그가 뜨는 이유, 사실 AI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함이 너무 쉬워진 세상에서, 오히려 편집 없는 날것의 영상이 희귀해졌거든요. 비리얼부터 셋로그까지, 이 흐름이 반복된다는 건 분명한 신호입니다. 마케팅을 하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신호이기도 하고요.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이상한 앱 하나가 조용히 퍼지고 있습니다. 바로 셋로그(SETLOG)인데요. 출시 3일 만에 다운로드 1만 4천 건,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무료 부문 1위. 숫자만 보면 “또 바이럴 앱이구나” 싶지만, 정작 이 앱이 뭘 하는 앱인지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맞습니다. 편집도 못 하고, 필터도 없어요. 정해진 시간에 그냥 2초짜리 영상을 찍는 게 끝입니다. 친구들과 ‘로그’를 함께 만들면, 같은 시간대에 각자 다른 곳에서 각자의 2초를 찍게 됩니다. 서울에 있든 부산에 있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기록한다는 감각. 셋로그 운영진이 “친한 친구 사이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고 밝힌 것처럼, 이 앱의 핵심은 연결입니다.

(=앱스토어 셋로그)

저는 이 앱의 인기가 단순히 “Z세대는 새로운 거 좋아하니까”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 훨씬 더 큰 흐름이 있거든요.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풍경

사실 이런 류의 앱은 셋로그가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당시 전 세계 Z세대를 흔들었던 앱, 비리얼(BeReal). 작동 방식이 꽤 단순합니다. 하루 한 번, 무작위 시간에 모든 사용자에게 동시에 알림이 오고, 2분 안에 전·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사진을 올려야 합니다. 보정도, 고를 시간도 없이요. 2분이 지나면 “몇 분 늦음”이 그대로 표시됩니다.

(=비리얼 홈페이지)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2022년 한 해에만 다운로드 315% 급증, 일간 활성 사용자 1,500만 명. 애플 ‘앱스토어 올해의 앱’ 선정. 우리나라에서는 에스파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안티 인스타”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하지만 2023년을 넘기며 빠르게 식었습니다. 하루 한 번이라는 구조가 신선하긴 했지만, 볼거리가 없으면 다시 열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비리얼이 사라진 자리에 셋로그가 왔다는 것. 셋로그가 식으면 또 다른 무언가가 올 것이라는 것. 이 흐름이 반복된다는 건, 사람들 안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어떤 필요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완벽함이 너무 쉬워진 세상

그 필요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보면, 인스타그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피드에서 주로 마주하는 건 잘 골라진 사진, 계산된 구도, 정돈된 일상이죠. 맛있어 보이도록 연출된 음식 사진, 자연스러운 척 기획된 여행 스냅, 조명까지 챙긴 셀카. 그 자체로도 이미 피로감이 쌓이는데, 이제는 AI가 그 완벽함을 1초 만에 만들어줍니다.

  • 텍스트 프롬프트 몇 줄 → 그럴듯한 이미지 생성
  • 내 사진 업로드 → 원하는 무드와 스타일로 변환
  • 어색한 글 → AI가 자연스럽게 다듬어주기
  • 날것의 영상 → AI 자동 편집으로 감성 숏폼 완성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노력의 문턱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완벽함이 희귀했을 땐 완벽함이 가치 있었죠. 공들인 사진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함이 넘쳐나는 지금, 완벽한 것들은 오히려 배경이 됩니다. 너무 많아서 더는 특별하지 않은 것들. 우리 눈이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해버린 거죠.

그 포화 속에서 역설적으로 살아남는 것,

편집되지 않은 것, 꾸며지지 않은 것, 의도 없이 찍힌 것. 셋로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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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함이 사라진 시대에, 아직 궁금한 것

AI 시대가 가져다준 건 편리함만이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조용히 빼앗아 갔어요.

  • 모르는 단어 → 종이 사전을 직접 찾아봄
  • 궁금한 것 → 검색엔진에서 여러 결과를 비교하며 탐색
  • 지금 → AI에게 물으면 바로 답이 나옴

궁금함이 생기는 순간, 이제는 답이 거의 동시에 주어집니다. “요즘 경제 어때?”라고 물으면 요약본이 바로 나오는 시대니까요.

정보 접근성은 분명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용히 잃어버린 것도 있어요. 찾아가는 설렘, 모른 채로 잠시 머무는 여백, 탐색하면서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궁금함 그 자체. 어쩌면 우리는 원래 궁금한 게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너무 빠른 답이 궁금함이 피어오를 시간까지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궁금한 게 딱 하나 있습니다.

AI는 친구가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퇴근 후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요즘 어떤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는지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모르죠. 그 궁금함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내가 원할 때 올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정해진 그 시간에 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를 함께 기록하는 방식. 셋로그가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지금의 2030세대는 사전에서 검색엔진, 검색엔진에서 AI까지 정보 접근의 모든 변화를 직접 겪어온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이 대체 가능하고, 무엇이 끝내 대체되지 않는지를 본능적으로 압니다. 친구의 날것 그대로의 일상은 후자에 속하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사람을 더 원한다

이 아이러니는 생각보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기술은 항상 효율을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효율이 극대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이 희귀해지고 귀해집니다. 공들여 쓴 손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꾸밈없이 찍힌 2초의 영상이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비리얼부터 셋로그까지, 이 흐름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시대에, 끝내 대체되지 않는 건 진정성 그 자체니까요.

마케팅에서도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셋로그의 인기를 보면서 마케터로서 스스로 묻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 콘텐츠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완벽하게 다듬어진 브랜드의 모습이 나쁜 건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순간도 있죠. 하지만 AI가 그 완벽함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에, 완벽함만 추구하는 브랜드는 수많은 콘텐츠의 배경 속으로 사라질 위험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이미 예리합니다. 무엇이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무엇이 알고리즘이 뽑아낸 결과물인지를 점점 더 빠르게 감지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이런 것들이 더 깊이, 더 오래 닿습니다.

  • 조금 어설프더라도 솔직한 브랜드의 모습
  • 결과물이 아닌 완성되기 전의 과정
  • 잘 안됐던 시도, 고민하는 목소리
  •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AI가 만든 완벽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피드 사이에서, 사람의 온도가 느껴지는 브랜드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셋로그가 증명하는 건 단순한 앱 유행이 아닙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이 찾는 건 진정성 있는 연결이라는 것. 마케팅을 업으로 삼는 우리가 가장 간과하기 쉽고, 동시에 가장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 아닐까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그 콘텐츠 안에 사람다움을 남기는 것. 그 균형을 놓치지 않는 브랜드가, 결국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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