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따라가기 vs 트렌드 쓸려가기, 우리는?

📌 INDEX

📌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과 트렌드에 쓸려가는 건 다른 이야기예요. 빠르게 올라탈수록 고객에게 선명하게 보여야 할 브랜드의 얼굴이 오히려 흐릿해지거든요. 빠른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건 가장 빠른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브랜드랍니다.

마케팅 일을 하다 보면, 한 주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 뜨는 걸 실감해요. 어제는 이 밈이었다가, 오늘은 저 포맷이 화제고, 내일은 또 다른 무언가가 올라와 있죠. 저번 주도 그 흐름을 쫓다가, 사실 처음엔 전혀 다른 글을 쓰려 했어요.

요즘 아이돌 코르티스의 노래 ‘REDRED’에서 시작된 밈, ‘레드레드’를 아시나요? 긍정적인 건 그린그린, 부정적인 건 레드레드. 직관적이고 재미있는 표현이 빠르게 퍼지면서, 저도 이걸 소재로 마케팅 이야기를 써보려 했어요. 주제를 잡고, 구성을 짜고, 뼈대를 세우다 보니 일주일이 훌쩍 지났죠.

그런데 돌아보니, 밈이 이미 시들해진 거예요.

그 순간 꽤 자조적인 생각이 밀려왔어요. ‘내가 트렌드라 생각했던 게 벌써 늦은 건가. 이 속도 속에서 살아남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저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업으로 삼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일 거예요. 새로운 게 뜨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데, 그걸 캐치하고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따라잡으려 하면 이미 늦은 것 같고, 기다리면 또 뒤처지는 것 같은 그 아이러니.

그런데 그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어요. 오히려 거기서 진짜 물음이 생겼거든요.

브랜드는 이 속도에 맞춰야 하는 걸까요?

트렌드가 빨라질수록, 불안도 빨라진다

요즘 트렌드 주기가 체감상 확연히 짧아졌어요. 밈 하나가 뜨고 지는 데 일주일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있고, SNS 알고리즘은 쉴 새 없이 새로운 걸 밀어 올려요. 조금만 눈을 돌려도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게 요즘 마케터들의 공통된 감각이기도 하죠.

이 흐름은 콘텐츠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에요. 특정 제품군이 인기를 끌면, 그것과 전혀 관계없는 브랜드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기 브랜드가 무엇을 잘하는지보다, 지금 뭐가 팔리는지가 먼저가 되는 거죠. 트렌드의 속도가 판단의 속도를 앞질러버린 결과예요.

사실 이 감각, 마케터만의 이야기도 아니죠.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는 대표님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요즘 너무 올드한 거 아니야?’, ‘저 포맷 우리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 불안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감각이 정말 브랜드를 위한 판단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속도에 쫓기는 건지.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과는 꽤 달라지거든요.

불안에서 나온 결정은 대개 ‘남을 보고’ 하게 돼요. 판단에서 나온 결정은 ‘우리를 보고’ 하게 되고요. 트렌드 앞에서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가, 브랜드의 방향을 꽤 많이 바꿔놓습니다.

“경쟁사는 하던데요”

실무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경쟁사 A는 이거 하던데, 우리는 왜 안 해요?”

이 질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시장을 살피는 건 당연히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이 반복될 때, 저는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해요. 판단의 기준이 ‘우리 브랜드’인지, 아니면 ‘경쟁사’인지를요.

경쟁사가 숏폼을 한다고 우리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경쟁사가 B급 유머 콘텐츠로 바이럴을 탔다고, 우리 브랜드 톤과 맞지 않는 걸 억지로 따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요. 고객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왜 저 브랜드가 저러지?’를 느낍니다. 그 어색함이 쌓이면, 고객이 브랜드를 읽는 방식 자체가 흔들려요.

물론 트렌드를 잘 활용해서 성과를 낸 브랜드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브랜드들은 트렌드를 ‘따라간’게 아니라 트렌드를 ‘자기식으로 해석한’ 경우가 많아요. 같은 포맷을 쓰더라도, 자기 브랜드의 언어로 풀어낸 거죠. 그게 그냥 모방과 다른 점입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과 트렌드에 쓸려가는 건 다른 얘기예요.

따라가는 속도보다, 판단하는 기준

트렌드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에요. 흐름을 읽는 건 여전히 중요해요. 다만 그 흐름 앞에서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어요.

‘이 트렌드, 우리 브랜드가 걷고 있는 방향과 같은가?’

같은 방향이라면 올라타면 돼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 활용할 수 있어요. 근데 방향이 다르다면, 빠르게 올라탈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거예요.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서, 우리 브랜드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요.

그렇다면 그 방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걸 판단할 때 세 가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 이 트렌드가 우리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닿는가.
✅ 우리 브랜드 톤으로 소화할 수 있는가.
✅ 6개월 뒤에도 이걸 했다는 게 브랜드에 자산으로 남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아닌 것 같은데’가 나오면, 저는 보통 넘기는 편이에요.

빠르게 판단하는 것과, 기준 없이 판단하는 건 다릅니다. 기준이 있으면 빠른 결정도 흔들리지 않아요. 기준이 없으면 아무리 신중해도 매번 처음부터 고민하게 되고요. 결국 이건 속도의 문제가 아니에요. 기준의 문제예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내 브랜드가 되고, 일에 매몰되다보면 가장 먼저 잊게 되는 부분이랍니다.

브랜드의 길을 아는 팀이 강하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우리가 왜 이걸 하는지’를 팀 안에서 공유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흐릿한 팀은, 트렌드가 올 때마다 방향을 잃어요. 새로운 포맷이 뜨면 올라타고, 반응이 없으면 또 다른 걸 찾아요.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객도, 심지어 팀 내부도 ‘이 브랜드가 뭘 하는 곳이지?’를 모르게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해요.

반대로 이 답이 선명한 팀은, 같은 트렌드 앞에서도 ‘우리는 이걸 이렇게 해석한다’는 자기만의 시각이 생겨요. 그 시각이 콘텐츠에 묻어나고, 고객은 그걸 느껴요. 단순히 트렌드를 탄 브랜드가 아니라, 자기 색깔이 있는 브랜드로 기억되는 거죠.

레드레드가 뜨든, 다음 주에 새로운 밈이 뜨든. 그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트렌드는 계속 바뀌지만, 브랜드의 길은 우리가 정하는 거니까요.

빠른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건 가장 빠른 팀이 아니에요. 자기 브랜드를 가장 잘 아는 팀이에요.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는 일, 저는 그게 마케팅에서 가장 느리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고민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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