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목걸이를 한 민소매 차림의 남자. 플라이투더 스카이의 환희를 오마주 했다고는 하는데 얼굴은 벌에 쏘인 강아지 상. 뚝딱거리는 춤사위와 웃음 코드가 B급 감성을 자아내요. 저는 처음 벌쏘강을 보고 딱 한가지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이게 뭐지?”
근데 이상하죠? 스크롤을 멈추고 영상을 끝까지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심지어 주변에 공유까지 하면서 “이 사람 봤어?”라고 묻고 있었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제 추구미는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영상과 이미지예요. 그렇게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 광고도 그냥 넘기는 일이 다반사잖아요? 그런데 왜 정반대 영상에 이렇게 오래 시선이 머물렀을까요?
근데, 벌쏘강이 무슨 뜻이야?
‘벌쏘강’은 ‘벌에 쏘인 강아지’의 줄임말이에요.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벌에 쏘인 강아지 얼굴같이 생겼다는 뜻이죠.
사실, 벌쏘강은 양주시청 홍보담당관 정겨운 주무관이에요. 유튜브·SNS 영상에 전면으로 나서면서 붙은 별칭인데요. 캐릭터 콘셉트가 꽤 파격적이에요. 민소매 차림에 진주 목걸이, 과장된 표정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안 예쁘고 안 멋있어서 더 웃긴” 방향을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선택한 B급 공무원 캐릭터더라고요.
양주시는 세련된 모델이나 깔끔한 홍보 영상 대신 이 사람 한 명을 전면에 내세웠어요. 그리고 결과는 꽤 놀라웠습니다. 유튜브 조회수는 약 1,983% 늘었고, 인스타그램 조회수는 1만%를 넘겼어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Sea of Love’ 뮤비를 패러디한 쇼츠는 조회수 142만 회를 넘기며 양주시 공식 채널 역사상 최고 콘텐츠 자리를 차지했고요. 2025년에는 ‘올해의 SNS 대상’ 유튜브 부문 최우수상까지 받았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제가 그 이유를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풀어봤어요.

못생김이 눈에 띄는 이유 ①: 완벽함은 광고처럼 느껴지니까
사람의 뇌는 패턴을 인식하고, 익숙한 패턴은 빠르게 무시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밝고 깔끔하고 잘생긴 모델이 나와서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 우리 뇌는 이걸 0.5초 만에 “광고”로 분류하고 스킵 버튼을 찾아요.
반면 벌쏘강은 이 패턴을 완전히 깨버려요. 뭔가 구리고, 예상을 벗어나고, 어딘가 어색해요. 뇌는 이걸 처리하기 위해 잠깐 멈춰요. 바로 그 ‘잠깐’이 바로 콘텐츠 소비가 시작되는 순간이죠.
마케팅에서는 이걸 ‘패턴 인터럽트(Pattern Interrupt)’라고 불러요. 기대를 깨는 것만으로 주의를 붙잡는 기법인데요. 벌쏘강은 외모와 연기 방식 자체가 이미 패턴 인터럽트 그 자체죠. 별도의 장치도 필요 없어요. 등장하는 것 자체로 “이건 광고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우고 시청자를 붙잡아요.
못생김이 눈에 띄는 이유 ②: 자기비하 앞에 무장해제
“벌에 쏘인 강아지.” 이름 자체가 자기비하 개그예요.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먼저 드러내는 사람에게 우리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낮춰요. ‘숨길 게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완벽하게 포장된 브랜드 메시지보다 스스로 구린 걸 인정하고 웃음거리로 삼는 캐릭터가 훨씬 더 인간적으로 비춰지거든요.
벌쏘강은 자기 외모를 소재로, 자기 패션을 개그로, 자기 몸을 도구로 써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나한테 잘 보이려는 게 아니구나”라는 신호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방어막이 내려가요. 동시에 ‘신뢰’라는 것이 함께 자리잡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완벽한 척하는 브랜드보다 솔직하게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진심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더 오래 기억돼요. 벌쏘강이 증명한 건 단순히 “웃긴 공무원”이 아니라, 자기비하가 곧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인 셈입니다.

벌에 쏘인 강아지 짤
못생김이 눈에 띄는 이유 ③: 밈 문화에 최적화된 공감 코드
유튜브 쇼츠나 릴스를 보다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이럴이 터지는 콘텐츠 중에는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데 왠지 어색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요.
완벽한 댄서가 칼군무를 추는 영상보다, 아저씨가 진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따라 추는 영상이 더 많이 공유되는 것처럼요. 이건 우연이 아니에요. 지금 밈 문화의 공감 코드는 ‘완벽함’이 아니라 ‘진심’이거든요.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 진심으로 뭔가를 할 때, 사람들은 웃으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벌쏘강도 정확히 이 코드를 타요. “평범하거나 못생긴 공무원이 진심으로 홍보 영상에서 춤추고 연기하는 모습.” 시청자들에게는 ‘우리 동네 형/오빠 같다’, ‘사람 냄새 난다’는 친근함으로 읽히죠. 그 친근함이 조회수로, 구독자로, 도시 브랜드 인지도로 이어진 거예요.
그런데 이건 우연이 아니라 ‘설계’였어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벌쏘강이 그냥 웃기기만 했다면 일회성 밈으로 끝났을 거예요.
양주시의 진짜 영리함은 B급 웃음 뒤에 정보를 심었다는 점이에요. 관짝 댄스 패러디 안에 축제 일정이 들어있고, 드라마 패러디 안에 도시재생 뉴딜 사업 이야기가 녹아있어요. 뮤비 패러디를 보고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양주가 뭐 하는 도시인지, 어떤 행사·사업이 있는지”를 알게 되는 구조예요.
사람들이 원래 좋아하는 밈의 포맷 위에 공공 정보를 얹으면, 강요하지 않고도 메시지가 전파돼요. 덕정 도시재생 뉴딜사업 연말 행사 ‘나홀로 덕정에’는 벌쏘강 세계관을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로 기획됐는데요. 실제로 참가자들이 “도시재생을 이렇게 재미있게 접한 건 처음”이라고 할 만큼 사업 이해도와 호감도가 높아졌어요.
웃음은 입구고, 정보는 내용물인 셈. 그 입구를 설계한 것이 벌쏘강 마케팅의 핵심이랍니다.

벌쏘강 마케팅 얼마나 성공했을까?
혹시 “그냥 운 좋게 터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벌쏘강 마케팅을 숫자로 나열해볼까요? 짧은 시간동안 벌쏘강을 통해 양주를 인지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답니다.
- 양주시 공식 유튜브 구독자: 1년 만에 57% 증가
- 인스타그램 팔로워: 67% 증가
- 유튜브 조회수 증가율: 약 1,983%
- 인스타그램 조회수 증가율: 1만% 이상
- Sea of Love 패러디 쇼츠: 조회수 142만 회 돌파
- 수상: 2025 올해의 SNS 대상 유튜브 부문 최우수상
여기에 충주시 ‘충주맨’이 퇴사한 이후, 벌쏘강 관짝 댄스 영상으로 “충주맨 빈집 턴다”는 반응까지 끌어내며 전국적인 화제성을 이어갔어요. 작은 지자체가 캐릭터 하나로 전국급 브랜드 인지도를 만들어낸 사례. 막대한 광고 예산도, 거대한 캠페인도 없이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브랜드에 주는 진짜 시사점
벌쏘강 사례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어요. “우리도 B급으로 가야 하나?” 그런데 그게 포인트가 아니에요.
핵심 메시지는 이거예요.
“완벽한 이미지보다 사람 냄새 나는 진심이 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 있다.”
못생김 자체가 아니라, 못생김 + 진심 + 일관된 세계관의 조합이 무기가 된 거예요. 전략 없는 B급은 그냥 민망할 뿐이에요. 벌쏘강이 통한 건 외모가 못생겨서가 아니에요. 외모 뒤에 도시를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이 보였기 때문.
브랜드도 마찬가지예요. 완벽한 척 포장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절반만 “우리가 왜 이걸 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데 써보세요. 그럼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래 그 브랜드를 기억할 거예요.
완벽함은 쉽게 잊혀요. 하지만 진심은 마음 속에 오래 오래 남습니다. 벌에 쏘인 강아지 같은 얼굴로 진주 목걸이를 하고 나타난 공무원 한 명이 그걸 증명한 것처럼요.
written by 마케터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