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마케팅은 브랜드 메시지 한 줄을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채널 운영이든, 광고든, 콘텐츠든 뭐든 이 메시지 보다 앞설 수 없죠. 심지가 단단한 브랜드라면 스스로를 사람처럼 소개할 수 있어야, 그제서야 이어지는 활동들이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콘텐츠라도 어딘가 붕 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 브랜드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도움이 되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출간된지 조금 된 책인데요. 『스틱!』입니다. “왜 어떤 메시지는 머리에 박히고, 어떤 메시지는 흘러가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저자(칩 히스, 댄 히스. 형제라고)는 머리에 박히는 메시지들의 공통점을 6가지로 정리하죠.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
머리글자를 따서 SUCCESs라고 부릅니다.

이 6가지 원칙은 흔히 알려진 카피라이팅 기술(?)들과는 차이가 납니다. 추상에 머물러 있던 브랜드가 비로소 사람처럼, 그것도 호감이 가는 사람처럼 어필할 수 있게 해주는 파워풀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누굴 처럼 만났을 때 호감은 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달려 있잖아요. 브랜드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씩 풀어볼게요.
1. 단순성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어야 (ex. 다이슨)
누가 자기 소개를 5분 동안 늘어놓습니다. 끝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해 기억나는 게 거의 없습니다. 좋은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도 상대의 머리에 박힙니다.
브랜드도 똑같습니다. 다이슨은 청소기 하나를 두고 “변하지 않는 흡입력”(Doesn’t Lose Suction)이라고 말했습니다. 헤파 필터가 어떻고, 사이클론 기술이 어떻고, 모터 RPM이 얼마인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청소기를 쓰면서 가장 답답해하는 한 가지, 그걸 해결한다는 약속만 남긴 겁니다.
여기서 단순함은 짧다는 뜻이 아닙니다. 버리고 남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잘하는 것 열 가지 중에 아홉 가지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그게 단순성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한 줄로 쓰지 못하는 브랜드는 백 줄로도 못 씁니다.
2. 의외성
예상을 깨야 귀가 열린다 (ex. 배민)
일반적으로 익숙한 말은 흘려듣게 되는데요. 메시지도, 소개 문장도 마찬가집니다. 미지근하게 “안녕하세요, 저는 마케팅 일을 합니다”보다 “저는 회사들이 자기 얘기를 잘 못해서 그걸 대신해주는 일을 합니다”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최소한 ‘그게 뭔데요?’라고 되묻기라도 하겠죠.
배달의민족이 했던 일이 이거예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광고 카피, 처음 들었을 때 좀 의아함을 불렀습니다. 배달 앱이 뜸금없이, 갑자기 민족이라니. 그런데 그 의아함이 오히려 사람들의 귀를 여는 계기를 만듭니다. 평범한 식사 배달 서비스를 한국인의 일상적인 정서와 연결시킨 거죠.
의외성은 그냥 튀는 게 아닙니다.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살짝 비껴가는 것이죠. 비껴간 그 자리에 진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놓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늘 하던 말, 업계가 늘 하던 말을 한 번쯤 비틀어 볼 필요가 있개겠습니다.
3. 구체성
손에 잡혀야 믿어진다 (ex. 에이스침대)
“저는 책임감이 강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저는 약속한 마감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 어느 쪽이 더 신뢰가 가시나요? 똑같은 얘기를 하는 둘이지만 전달되는 임팩트는 전혀 다릅니다.
에이스침대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카피가 대표적이겠습니다. 침대를 가구의 범주에서 빼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침대를 다시 보게 됩니다. ‘가구’라는 보편적인 단어 대신 ‘과학’이라는, 매트리스의 스프링과 인체공학을 떠올리게 하는 구체적인 단어를 놓았어요. 도달시키고자 하는 메시지의 세계로 끌어내린 거죠.
브랜드 메시지를 다듬을 때 저는 늘 이걸 점검합니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게 하는가, 아니면 그냥 단어만 지나가는가. “혁신적인”,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같은 단어들은 단어만 지나갑니다. 대체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죠. 그림이 그려지는 단어로 바꿔야 메시지가 비로소 손에 잡힙니다. 물론 주관적인 개념이긴 하지만요.
4. 신뢰성
말이 아니라 행동이 증명한다 (ex. 유한양행)
진짜 정직한 사람은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직하게 행동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유한양행이 그렇습니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80년 가까이 회사의 정체성으로 남아있다는 것. 유한양행은 “우리는 윤리적인 회사입니다”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됩니다. 창업자의 행적이 이미 그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신뢰는 말이 아니라 증거에서 나옵니다. 우리 브랜드가 약속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 약속을 증명할 행동이나 사실, 숫자, 사람의 이야기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증명할 게 없는 약속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거꾸로, 증명할 게 분명하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메시지가 살아 있죠.
5. 감성
정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인다 (ex. 박카스)
사람의 마음은 통계나 숫자보다 서사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 브랜드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 것인지보다, 그 일을 왜 시작했는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감성적으로 드러낼 때 한층 더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박카스의 “나를 아끼자” 캠페인이 좋은 사례입니다. 캠페인 이전의 박카스는 그냥 효과 좋은(?) “피로회복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효능을 강조하는 광고가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박카스는 효능 얘기를 줄입니다. 대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아버지, 야근하는 직장인, 시험 준비하는 학생. 박카스는 이제 피로회복제가 아니라‘당신의 하루를 응원하는 음료’가 되었습니다.
감성을 건드린다는 건 억지 눈물을 짜내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사람의 어떤 순간에 함께 있고 싶은지를 분명히 하는 일입니다. 그 순간이 떠오르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엽니다.
6. 스토리
기억은 서사를 따라 남는다 (ex. 파타고니아)
개인적으로 이 6번째 원칙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정보를 잘 기억하지 못해요. 요즘은 또 정보가 너무 많이 흐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야기는 비교적 잘 기억합니다. 사람도 ‘직책-경력-자격증’으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냐면요”(=동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오래갑니다.
파타고니아가 그렇습니다. 마케터들에게는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를 모르고 파타고니아를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유명한 스토리라는 얘긴데요. 등반가였던 이본 쉬나드는 자기가 생각없이 박던 등반용 못이 바위를 망가뜨린다는 걸 깨달은 뒤로 등반 장비 사업을 접었다고 전해집니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옷을 만들기 위해 회사의 모든 것을 다시 설계했다는 이야기.
심지어 파타고니아는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카피로 대대적인 광고 플레이를 펼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모여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살리는 회사”, “그런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형성됐습닌다.

2011년, 뉴욕타임즈에 실린 파타고니아의 전면 광고
스토리는 광고 카피 한 줄이 할 수 없는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누군가에게 옮겨 말할 때 들고 갈 수 있는 그릇이 되어줍니다. 좋은 브랜드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지는데, 그 입에 실리는 건 결국 이야기입니다.
결국, 브랜드는 ‘사람’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눈치 채셨을 거예요. 6원칙은 사실 같은 얘기를 여섯번 다르게 한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브랜드도 사람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로 정리됩니다.
- 한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할 줄 알고(단순성)
- 뻔하지 않게 운을 떼고(의외성)
- 추상이 아니라 그림을 그려주고(구체성)
-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고(신뢰성)
- 정보가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고(감성)
-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스토리)
이건 어쩌면 마케팅 공식이라기 보다 사람의 기본기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렵고, 그래서 오래 가죠.
우리 브랜드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생각해 봅시다. 위 6가지 중에 비어 있는 칸은 없는지, 아니면 우리 브랜드 소개를 한 줄로 못 쓰고 있는지, 한 줄은 있는데 증명할 근거가 없는지, 나름 스토리는 있는데 그걸 표현할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지.
비어 있는 칸이 곧 다음에 채워야 할 일이고, 그게 브랜드 메시지를 정립하는 실질적인 시작점입니다.
직접 한 번 해보세요. 막연했던 게 의외로 풀리기도 합니다. 풀다가 막히는 지점이 생기면, 그때 브랜코스를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