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소비자, 타겟의 차이

📌 INDEX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두 갠데요. 타겟소비자입니다.

마케팅 일을 하면서 이 두 단어를 안 쓰고 지나가기는 어렵습니다. 기획안을 짤 때도, 회의에서 전략을 이야기 나눌 때도, 콘텐츠 주제를 기획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입에 머금습니다. “타겟이 누구..”, “주 소비자층이 서른살 조금 아래..”, “소비자 인사이트를 좀 뽑아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거의 의식 조차 못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타겟이라는 말, 소비자라는 말

타겟(target)은 과녁입니다. 비유하자면 활을 쏘아 맞혀야 할 대상. 이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내가 능동이고 상대는 수동이 됩니다. 나는 쏘는 사람, 상대는 맞는 사람. 화살이 향하는 방향은 일방통행입니다. 마케터가 메시지를 만들고, 그것이 정확하게 꽂히기를 바랍니다. 이 비유 안에서 상대는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잘 맞을 자리에 가만히 대기(?)해줘야 합니다.

소비자(consumer)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문제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사람을 행동으로 환원합니다. 누군가가 사람으로서 가진 수많은 면(가령 무엇을 사랑하고, 어떤 하루를 살고, 무엇을 고민하고, 누구와 함께 지내는지) 그 모든 것을 지우고 오직 “소비하는 기능”만 남깁니다. 소비자는 소비할 때만 소비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을 소비자로 부르는 순간, 그의 나머지 99%는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납니다.

두 단어 모두 사람을 우리 필요에 맞게 줄여놓은 표현입니다. 타겟은 그를 맞히기(맞추기) 위한 대상으로, 소비자는 그를 지갑을 여는 사람으로 줄여놓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들을 쓰면 자연스럽게 대상을 어떻게 맞힐지, 어떻게 지갑을 열게 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단어가 이미 우리에게 그렇게 시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단어가 행동을 부른다

말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우리는 보통 생각이 먼저고 말이 그 생각을 담는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자주 거꾸로입니다. 어떤 단어를 반복해서 쓰면, 그 단어가 가진 시선이 우리 안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타겟”이라고 부르면 타겟팅을 하고, “소비자”라고 부르면 소비를 유도합니다. 이 두 행위가 마케팅의 일부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마케팅이 정말로 해야 하는 일(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좋아할 만한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은 타겟팅과 소비 유도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쓰는 단어가 이미 그쪽 방향만 가리키고 있다면, 일은 어쩔 수 없이 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게 오랫동안 마음에 걸려했던 이유입니다. 단어가 우리 일을 좁히고 있었습니다.

📎 관련 글 : 마케팅이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

이미 우리에게 좋은 단어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분(?)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한참을 생각해봤는데, 굳이 뭔가 새로운 용어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이미 우리에겐 이런 건강한 용어가 있었으니까요.

고객(顧客)입니다.

글자 뜻을 하나하나 뜯어 봤을 때 숨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顧(고)는 단순히 “본다”가 아니라 ‘돌아본다, 마음에 둔다, 살핀다’는 뜻입니다. 客(객)은 쉽게 풀자면 손님이라는 뜻이고요. 그러니까 고객은 “내가 마음에 두는 손님이고, 동시에 나를 돌아봐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겁니다. 한 단어 안에 양방향의 관계가 들어 있습니다.

타겟과 소비자가 일방향의 단어라면, 고객은 처음부터 관계의 단어입니다. 마케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면, 그 일의 대상을 부르는 가장 정확한 말은 어쩌면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이 단어일지도 모릅니다. 새로 만들 필요도, 영어에서 빌려올 필요도 없이 말이죠.

쓰는 단어 하나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고 싶습니다. 쓰는 단어만 단순히 ‘고객’으로 바꾼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고객’이라는 말도 이미 많이 닳았습니다. 고객 데이터, 고객 LTV, 고객 획득 비용, 고객 이탈률. 이런 표현 속의 ‘고객’은 사실 타겟이나 소비자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어만 바꿨을 뿐, 그를 보는 시선은 그대로입니다. 숫자로 환산되는 대상, 획득해야 할 대상,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대상.

결국 단어 자체보다 그 단어를 쓰는 태도가 본질입니다. ‘고객’이라고 부르면서도 그를 과녁으로 본다면 그는 여전히 타겟이고, ‘소비자’라고 부르면서도 그의 삶 전체를 마음에 둔다면 그는 이미 고객인 셈이죠.

그렇다면 단어 하나를 따지고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무슨 대수냐고 물을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의미가,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단어를 바꾸려면 먼저 왜 그 단어가 마음에 걸리는지를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그 들여다봄이 건강한 태도의 시작입니다. 매일 무심코 쓰던 단어 앞에서 잠시 멈칫하고, 다시 골라보는 그 짧은 순간 바로 그 지점에서 실행의 결이 달라집니다.

부르는 ‘말’이 = 결국 ‘태도’

이게 비단 마케팅 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자리라면 누구나 유념해야 할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도,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팀과 팀 사이에서도,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그 어떤 자리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합니다.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상대를 무엇이라고 부르는가에 따라, 우리가 그를 어떻게 대할지가 조용히 결정된다고 봅니다.

재미 있는 축구, 데스크테리어, 독서도 ‘일’라고 부르면 일이 됩니다. 사람도 ‘동료’라고 부르면 함께 일하는 사람이 됩니다. ‘민원인’이라고 부르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대상이 되고, ‘방문자’라고 부르면 맞이할 손님이 됩니다. 같은 행동, 같은 사람을 두고도 어떤 단어를 고르느냐에 따라 우리의 자세가 달라지죠.

매일 쓰는 단어를 한 번쯤 다시 보는 일. 그 단어가 정말 내가 그 사람을 보고 싶은 방식대로 그를 부르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일. 작은 일 같지만, 협업이 일상인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요즘 저는 글을 쓸 때, 회의에서 말을 할 때, 기획서를 칠 때마다 자주 멈춰섭니다. 지금 내가 이걸, 이 사람을 뭐라고 부르고 있었더라?

타겟이라고 부르고 있으면, 정말 그를 맞혀야 할 과녁으로 다루고 있는 건지 다시 봅니다. 소비자라고 부르고 있으면, 그의 삶에서 정말 소비하는 부분만 떼어내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핍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두 단어를 ‘고객’으로, 혹은 그냥 ‘그 사람’으로 바꿔놓고 보면 문장이 한결 정직해집니다.

작은 일입니다. 그러나 마케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면,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르는지가 작은 일일 리가 없습니다. 부르는 이 결국 대하는 태도이고, 대하는 태도가 결국 행동의 결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업무 상황에서 글을 끄적이면서, 블로그 글이나 어떤 기사를 읽으면서, 동료들이랑 잡담을 하면서라도, 무심코 ‘타겟’이나 ‘소비자’라는 말을 마주했다면 그 단어 앞에 잠시 멈춰 서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한 번 상기해 보고, 다른 건강한 단어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한 번 던져 보시길 바랍니다.

바로 그 과정 속에서 더 단단한 관계가 싹트고,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이 더 윤택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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