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게도 어른스러움이 필요해

📌 INDEX

가끔 사람을 만나면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 사람, 참 어른스럽다.

그런데 막상 왜 그렇게 느꼈는지 풀어보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아서도 아니고, 말이 점잖아서도 아닙니다. 옷차림이 단정해서도 아니고요. 분명히 무언가 있긴 한데,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있죠.

어른스러움에 대하여

어른스러움이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모호합니다. 사전을 펼쳐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떠올리는 모습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면 분명히 어른스럽다는 걸 느낍니다. 정의하기 어려운데 느낌은 분명한.. 어른스러움은 그런 단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른스러움을 이렇게 풀어봅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선택에 책임질 줄 알며

남을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는 태도.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고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 균형이 어른스러움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꼭 사람에게만 해당될까?

연결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스러움이라는 이 단어가, 어쩌면 브랜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아닌가.

브랜드도 결국 하나의 인격체에 가깝거든요. 말투가 있고, 가치관이 있고, 관계 맺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만나면 “믿을만한 브랜드구나” 싶고, 어떤 브랜드를 만나면 “어딘가 가볍다” 싶습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느끼는 그 감각과 거의 똑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적용되는 어른스러움의 기준이 브랜드에도 적용된다면, 거꾸로 어른스럽지 못한 브랜드의 모습도 사람의 미성숙함과 닮아 있지 않을까.

아래 4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브랜드란?

1. 정체성이 자꾸 흔들리는 브랜드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의 가장 흔한 특징이 무엇일까요. 저는 주변의 시선에 따라 매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런 사람, 회사에서는 저런 사람, SNS에서는 또 다른 사람. 그러다 보면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호해지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숏폼이 뜨면 숏폼을 하고, AI가 뜨면 AI를 붙이고, 누군가 잘된다 싶으면 그 방식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트렌드에 반응하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 반응이 자기 자리에서 출발하지 않고 남의 자리를 따라가는 것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가 누구를 위한 브랜드인지조차 흐려집니다.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트렌드를 보면서도 묻습니다. 이게 우리 자리에서 의미가 있는가. 답이 아니면 따라가지 않습니다. 그게 늦어 보일까 봐, 뒤처져 보일까 봐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2. 자신을 자꾸 과장하는 브랜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기를 부풀립니다.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말과 행동을 키웁니다. 자기 약점은 가리고, 잘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하죠. 그런 사람을 만나고 나면 묘한 피로감이 남습니다.

브랜드도 똑같습니다. “업계 최초”, “국내 1위”, “최고의 전문가”. 이런 표현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정말로 그렇다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정의하기 모호한 기준 위에 세워진 표현이거든요.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굳이 그런 말을 동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더 큰 신뢰를 만듭니다.

브랜코스가 함께 하고 있는 한 고객사(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결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최초”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죠. 그런 표현 없이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충분히 설명해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어떤 결과를 내왔고, 그 사이 경험은 어땠는지를 고객이 거점 사이사이에 일관되게 배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메시지는 더 단단해졌습니다.

3.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브랜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다 결국 자기를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한테 맞추고, 저 사람한테 맞추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은 사라지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사실 누구에게도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브랜드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흔들리고, 새로운 요구가 들어오면 본질에서 벗어난 서비스를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에서 멀어집니다. 우리가 누구를 위한 브랜드였는지조차 모호해지고요.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압니다. 우리는 모두를 위한 브랜드가 아니다.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고객, 우리가 진심으로 잘 도울 수 있는 고객이 있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다른 곳을 권할 수 있습니다. 그 분명함이 오히려 우리에게 맞는 고객을 더 깊이 끌어당깁니다.

4.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브랜드

한 번의 실패로 자기 길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의 칭찬에 들뜨고, 한 번의 비판에 무너집니다. 외부의 반응에 자기를 비추기 때문이죠. 단단한 중심이 없으니 매번 흔들립니다.

브랜드의 미성숙함도 이 지점에서 쉽게 드러납니다. 콘텐츠 한 편 올리고 반응이 미지근하면 방향을 바꾸고, 캠페인 한 달 돌리고 KPI가 안 나오면 전략을 폐기합니다. 신뢰가 쌓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런데 정작 시장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들을 보면, 대부분 남들이 포기한 자리에서 더 오래 버틴 브랜드들입니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길을 시간을 두고 걸어간 브랜드들이죠.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결과가 안 나올 때 방향을 의심하기 전에 시간을 의심합니다. 충분히 기다렸는가, 충분히 했는가. 그 질문을 먼저 던집니다.

어른스러움 vs 고지식함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내 고집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양반(?) 마냥 느긋하게 펼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 이런 건 어른스러움이 아니라 고지식함에 가깝거든요.

어른스러운 사람은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받아들이고, 더 나은 길이 보이면 방향을 조정합니다. 다만 변할 것변하지 않을 것구분합니다. 가치관은 지키되 방식은 유연하게, 본질은 흔들리지 않되 표현은 시대에 맞게 다듬어 갑니다.

브랜드도 그렇습니다. 어른스러운 브랜드는 자기 본질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과감하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본질이 단단하니까 표현은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거죠. 본질이 흔들리는 브랜드일수록 표현조차 보수적으로 됩니다. 잃을 게 무서우니까요.

왜 지금, 어른스러운 브랜드인가?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브랜드에게 이 어른스러움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시장에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AI가 평균 수준의 콘텐츠를 무한히 만들어내는 시대이고, 누구나 비슷한 메시지를 비슷한 톤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흐르는 대부분의 브랜드 표현이 어딘가 비슷합니다. 비슷한 카피, 비슷한 이미지, 비슷한 약속.

이 상황에서 고객은 앞으로 어떤 브랜드에게 반응할까요. 저는 흔들리지 않는 ‘심지 있는’ 태도를 갖춘 브랜드라고 봅니다. 모두가 비슷한 말을 할 때, 자기 말을 자기 속도로 하는 브랜드. 모두가 트렌드를 따라갈 때,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가는 브랜드. 모두가 빠르게 변할 때, 스스로의 믿음 속에서 시간을 견뎌내는 브랜드. 이런 브랜드는 오히려 점점 희소해 질테니까요.

평균이 흔해진 시대에 편차가치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편차는 화려한 기교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자기를 아는 단단함, 그러니까 어른스러움에서 나온다는 점을 이해하시길 바랍니다.

작게, 매일, 계속. 반복적으로.

어른스러움은 완성되는 상태가 아닙니다. 계속 연습해야 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60대에도 어른스럽지 않은 사람이 있고, 30대에도 깊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겠죠. 어른스러움은 한 번에 도달하는 지점이 아니라 매일 다듬어가는 결입니다.

브랜드도 그렇습니다. 거창한 리브랜딩 프로젝트로 하루 아침에 짠 하고 성숙해지는 게 아닙니다. 어른스러움은 매일의 의사결정 속에서, 한 편의 콘텐츠 속에서, 한 명의 고객을 대하는 방식 속에서 조금씩 쌓여갑니다.

작은 한 편의 글을 쓸 때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는 것. 한 통의 메일에 답할 때 우리의 결을 지키는 것. 한 번의 의사결정에서 단기적인 유혹보다 장기적인 약속을 택하는 것.

작은 일 같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여 브랜드의 인격(페르소나)을 만듭니다. 그 인격이 결국 고객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지를 결정하고요.

우리는 어른스러운 브랜드인가?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도 묻게 됩니다. 우리는 어른스러운 브랜드인가. 솔직히 늘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흔들릴 때도 있고, 조급할 때도 있고, 남의 자리를 부럽게 바라본 적도 있으니까요. 다만 자주 멈춰 서서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고 있는가.

여러분이 소속된, 혹은 운영하는 브랜드도 한 번쯤 이런 관점에서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어른스러운가.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가.

무엇을 다듬어야 할까.

그 질문 앞에 잠시 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어른스러움은 시장이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The Right Way

기술을 다루지만 사람을 향합니다.

마케팅 에이전시, 브랜코스.

브랜키트-심볼_2

컴팩트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

브랜키드(BranKit)

브랜드 메시지 개발부터 로고 디자인, 명함 제작, 미디어&콘텐츠 실무까지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보통 브랜드를 위한 컴팩트 브랜딩 솔루션, ‘브랜키트’ 출시

브랜코스_심벌(오렌지)_1000

브랜코스(BRANCOS)

브랜코스는 2015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중소기업, 스타트업 환경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랜키트-심볼_2

컴팩트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

브랜키드(BranKit) 런칭

브랜드 메시지 개발부터 로고 디자인,
명함 제작, 미디어&콘텐츠 실무까지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보통 브랜드를 위한
컴팩트 솔루션, ‘브랜키트’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