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시초는 네이밍(Naming)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은 시각적 작업이 들어가기 전의 단계로, 브랜드의 ‘탄생’이나 ‘시작’을 의미하죠. 디자인 요소는 추후 많은 리뉴얼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많지만, 한번 지정한 네이밍은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비자가 브랜드 네임을 인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6초. 브랜드 네이밍 을 ‘0.6초의 승부’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세뇌를 시키듯 반복적인 광고를 하지 않는 이상, 0.6초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브랜드의 경쟁력은 확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마케팅 예산 충분하지 않은 작은 브랜드일수록 획기적이고 참신한 브랜드 네임이 필요합니다.
네이밍, ‘음성학’을 고려하자.
네이밍 은 쓰이고 불리는 요소이기 때문에, 음성학을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모음의 조합이 발음을 만들고, 그 발음에 따라서 네이밍 의 성향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자음과 모음에 따른 성별
여성향 자음 :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ㅎ
여성향 모음 : ㅓ, ㅕ, ㅗ, ㅛ
남성향 자음 : ㅊ, ㅋ, ㅌ, ㅍ, ㄲ, ㄸ, ㅃ, ㅆ, ㅉ
남성향 모음 : ㅏ, ㅑ, ㅜ, ㅠ
중립적 모음 : ㅡ, ㅣ
발음에도 사람처럼 성별이 존재해요. 여성성이 강한 자/모음이 있고, 남성성이 강한 자/모음이 있죠. 그래서 브랜드의 주 고객층을 생각하여 적절한 이름을 지어야 합니다. 주 고객층이 여성인 뷰티 브랜드가 발음에서 느껴지는 성향이 남성적이라면 생소하고 낯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대(聲帶)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
ㄱ, ㄷ, ㅂ, ㅅ,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또한,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라면 무성음을 잘 기억해 주세요. 낯선 단어일수록 소비자에게 강한 인식을 남겨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 무성음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무성음은 부드럽지 않고 다소 딱딱한 발음이긴 하지만, 발음에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 “입에 착착 감기네!”라는 표현이 있죠? 발음하기 재미있고 편안한 이름이 가장 좋답니다.
대표적인 네이밍 기법 6가지
1. 이니셜을 활용하자
대표적으로 영문 이니셜을 활용한 네이밍이 있습니다. 긴 문장이나 여러 단어들을 이니셜로 조합하는 형태입니다.
CJ그룹은 제일제당(Cheil Jedang)의 약자를, SK는 시초였던 선경(Sun Kyong)그룹의 약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명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PAVV는 ‘Powerful Audio, Vast Vision’의 약자라고 합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단어들로 다소 많은 듯한 의미를 한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이니셜 네이밍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번에 알아보기 어렵고 발음을 고려한 경우가 아니라 입에 쉽게 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보다는 기업, 특히 지속적인 마케팅이 부담스럽지 않은 대기업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사업의 방향이 다양하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이니셜 형태의 네이밍이 유용합니다. LG의 경우는 본래 ‘Lucky Goldstar’의 이니셜을 사용하다가,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최근에는 ‘Life’s Good’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 여러가지 키워드를 합성하자
SWITH + WATCH의 ‘SWATCH’, WHIRL + SEND의 ‘WHISEN’ 등, 아마 네이밍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브랜코스(BRANCOS) 또한 이 방법에 속합니다. BRAND + COURSE + SYMBIOSIS(공생) 의 세 가지 단어의 합성이거든요.
두 가지 이상의 키워드를 합성하는 방법입니다. 키워드를 합성하게 되면 아예 새로운 형태의 신조어가 나오기 때문에 상표등록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명의 어원을 설명하는 것도 쉽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좋습니다.
다만 단어를 합성하다 보면 생소한 발음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어려운 발음의 브랜드명은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3. 소리나는대로 적어보자
여러분도 어렸을 때 소풍을 가면 귀 밑에 멀미약을 붙였나요? 키미테는 ‘귀 밑에’ 붙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죠. 이름만 들어도 사용법을 알 것만 같습니다.
연음을 활용한 네이밍은 직접 발음해 봤을 때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장점이죠. 특히 연음을 사용하게 되면 자연스레 받침들이 많이 사라지게 되는데, 누구나 쉽고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연음을 예쁘게 활용할 수 있는 단어나 문구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단점입니다. 또 영문으로 변환했을 때 등록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으나, 한글이었을 때의 의미까지 함께 가져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제약이 있는 방법이죠.
4. 길어지는 네이밍은 줄여보자
별걸 다 줄인다는 말이 있죠. 이마저도 ‘별다줄’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긴 문장을 줄여서 신조어처럼 하나의 브랜드명을 만드는 방법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퀴즈는 줄여서 ‘세바퀴’가 되었고, 좋은 아침 서울을 줄여 ‘좋아서’가 되었습니다. 짜장의 왕을 줄여 ‘짜왕’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등장하는 언어 활용 행위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젊은 층을 타깃으로 잡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유리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한글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언어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겠네요. 글로벌 사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면 적합한 네이밍 방법은 아닙니다.
5. 키워드를 뒤집어서 생각하자
간단합니다. 비교적 쉬운 단어를 뒤집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hello’라는 친숙한 단어를 뒤집어서 ‘olleh’를 만들어 낸 KT의 올레 브랜드가 있겠네요. 알프스 산맥에서 끌어올린 고급 생수 브랜드 ‘evian’도 ‘naive’란 역상의 단어로 활용되곤 합니다.(본래 프랑스 동부의 지명)
‘순수한, 순진한’이라는 뜻의 naive라는 단어를 활용해서 깨끗하고 순수한 물을 광고하기도 했었는데요. 이 단어는 ‘바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서, 스위스에서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물을 비싸게 사 먹는 타국 소비자를 조롱하기 위해 붙였다는 우스운 소문도 있죠.
이 방법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네이밍을 위해 대표적인 하나의 단어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뒤집었을 경우에도 자/모음의 배치가 발음에 용이한 자연어를 찾기란 아주 희귀할 뿐더러, 이미 웬만한 단어들이 상표로 등록이 되어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가장 어려운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브랜드 네이밍이란 ‘땅따먹기’라고 합니다. 남들이 아직 선점하지 못한 땅을 찾아야만 성공하기 때문이죠.
6. 좌우대칭으로 배치하자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보기에 예쁘다는 점. 글자가 좌우로 대칭된 형태는 안정감을 주기에 심미적으로 뛰어납니다. 넥센이나 AIA생명이 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방법도 언어적인 제약이 큽니다. 한글보다 영어 알파벳에 좀 더 용이하죠. 이니셜을 활용하는 방법과 대체적으로 비슷하긴 하지만, 비주얼적 부분을 좀 더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로고 디자인이 보다 예쁘게 나오는 편이거든요.
우리는 가끔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옷도 입고, 헤어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는 일은 쉽게 할 수 없죠.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에요. 한번 정한 이름을 바꾸는 일은 디자인의 리뉴얼과는 다른 개념이랍니다. 브랜드 런칭을 앞두고 있다면, 이 글이 소소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 그저 많은 것을 담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고, 소비자가 오래도록 부를 수 있는 좋은 이름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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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브랜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