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앞으로 ‘이것’ 더 챙겨야

📌 INDEX

📌 지난 아티클에서 브랜드, 장난 좀 쳐도 된다고 말했었죠. 그런데 오늘은 조금 상반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제대로 놀 줄 아는 브랜드일수록 절대 건드리지 않는 선. 꼭 지켜야 할 것을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적용하는지 말이죠. 최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사건은 그 선이 어디인지를 아주 선명하게 보여줬어요.

저는 스타벅스를 꽤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했죠.) 자주 가기도 하고, 시즌 MD도 챙겨 구매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난 5월 18일, 그 게시물을 발견하고 정말 놀랐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스타벅스 앱과 공식 채널에 ‘탱크데이’라는 문구와 함께 텀블러 행사 홍보물이 올라왔어요. 거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함께 쓰여 있었죠. 5·18 당시 계엄군의 탱크, 그리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하나의 홍보 캐러셀 안에 다 담겨 있었던 거예요.

이게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마케터가 만든 제작물이 맞나. 제 눈을 의심했어요.

실수였을까, 무감각이었을까

논란이 터지자 스타벅스는 행사를 즉시 중단하고 사과문을 냈어요. “프로모션 과정에서 부적절한 문구가 사용됐다,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요. 결국 대표이사가 경질되고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까지,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조직 책임론까지 번졌죠.

스타벅스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탱크’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시그니처 텀블러의 고유 제품명이라는 거예요. 글로벌 프로모션 일정과 우연히 날짜가 겹쳤다는 해명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변명이 될 수 있을까요?

5·18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거운 날 중 하나예요. 탱크라는 단어가 그날 어떤 맥락으로 읽히는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어떤 역사적 기억을 건드리는지. 이건 몰랐다고 넘어갈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죠.

업계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어요. 실무자의 경험 부족을 탓하기 전에, 민감한 날짜와 표현을 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감각이 조직 안에 있었어야 한다고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는 건 사람이거든요.

프로세스가 아닌 감각의 문제

마케터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기획안을 올리고, 팀장 검토받고, 결재 맞고, 시안 나오고, 최종 확인하고, 발행. 프로세스는 다 밟았는데 나중에 “이게 왜 이렇게 됐지?” 싶은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요.

스타벅스도 프로세스가 없었던 게 아니에요. 대형 브랜드일수록 콘텐츠 하나에 관여하는 사람이 많고, 결재 단계도 여러 개예요. 그런데도 이 홍보물은 그 모든 단계를 통과해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그게 감수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체크리스트로는 걸러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죠.

5월 18일이라는 날짜를 달력에서 확인하는 것과, 그 날짜가 이 나라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를 몸으로 아는 것은 다릅니다. 탱크라는 단어가 제품명이라는 걸 아는 것과, 그 단어가 한국 고객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느끼는 것도 달라요. 전자는 정보입니다. 후자는 감수성이고요.

감수성은 단순한 매뉴얼로 생기지 않습니다. 내가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세계를 얼마나 주의 깊게 들여다보느냐에서 나오거든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같아요. 미국에서 통한 메시지가 한국에서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고,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은 단어가 다른 나라에선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읽힐 수 있으니까요.

2011년 푸마는 아랍에미리트 독립 40주년을 기념해 국기 문양을 넣은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했어요.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만든 운동화가 좋은 반응을 얻었거든요.

그런데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반응이 달랐어요. 아랍 문화권에서 신발은 모욕과 경멸을 상징합니다. 국기를 신발에 새긴다는 게 현지 고객들 눈에는 모욕으로 읽힌 거예요. 푸마 입장에서는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지만, 그게 어떻게 읽히는지를 몰랐던 거죠.

스타벅스 탱크데이도 구조적으로는 같습니다. ‘탱크’라는 제품명이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를, 5월 18일이라는 날짜와 겹쳤을 때 어떤 맥락이 되는지를 아무도 짚지 않은 거예요. 단어는 존재했지만, 그 단어가 이 사회에서 갖는 무게를 아무도 감각하지 못했던 거죠.

고객은 이제 맥락까지 읽는다

마케터 입장에서 이 사건을 더 무겁게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달라졌거든요.

예전에는 광고나 홍보물을 보고 “예쁘다”, “재밌다”, “별로다” 정도로 반응했다면, 지금은 달라요. 이 브랜드가 어떤 날에, 어떤 단어를, 어떤 맥락으로 쓰는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도 따지고요.

성인지 감수성, 역사 감수성, 장애 감수성 등. 우리가 사회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죠. 이 감수성들이 이제 브랜드에게도 똑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이 브랜드가 세상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로 옮겨가고 있거든요.

브랜드가 내놓는 모든 메시지는 진공 속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날짜가 있고, 사회적 맥락이 있고, 집단 기억이 있어요. 마케터는 그 맥락 안에서 메시지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잘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장난을 잘 치려면, 먼저 잘 읽어야 한다

지난 아티클에서 저는 브랜드가 너무 긴장하고 있다고 했어요. 갑옷을 벗어도 된다고요. 물론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 장난 좀 치면 어때, 다들 너무 진지해

그런데 하인즈가 자기 케첩이 위조되는 걸 보고 웃을 수 있었던 건, 그 상황이 어떻게 읽힐지를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에요. 듀오링고가 마스코트를 죽여도 팬들이 열광했던 건, 브랜드가 건드려선 안 되는 선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요.

장난은 맥락을 아는 사람만 칠 수 있어요.
맥락을 읽지 못한 장난은 더이상 장난이 아니죠.

브랜드 감수성은 리스크 관리가 아닙니다. 내가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세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의 문제예요. 그리고 그게 쌓여야, 장난도 칠 수 있고 브랜드의 갑옷도 벗을 수 있죠.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건은 마케터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을 남겼어요.

우리는 지금 우리가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세계를 제대로 읽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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