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색조 없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같은 빨강이라도 떠올리는 색은 사람마다 달라요. 누군가는 선명하고 쨍한 빨강을, 누군가는 주황빛이 도는 빨강을 떠올려요.
그런데 이런 차이는 디자인 작업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요. “빨간색으로 해주세요”라는 간단한 요청에도 서로 다른 색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선명한 빨강, 주황빛이 도는 빨강, 검붉은 빨강. 모두 빨강이라고 부르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색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때 알았어요. 우리는 빨강이라는 말 하나로 정말 많은 색을 한꺼번에 부르고 있었구나…!
사실 빨강 계열의 색에는 저마다 이름이 있어요.
이름이 따로 있는 색들
색을 부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에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 구분 | 예시 | 역할 |
|---|---|---|
| 일반적인 색 이름 | 🔴 빨강 🔵 파랑 🟡 노랑 | 누구나 이해하지만 범위가 넓어요. |
| 관용색명 | 산호색(Coral) 진홍색(Scarlet) 홍적색(Crimson) | 오랫동안 써 온 이름이라 색의 분위기까지 전해요. |
| 색상 코드 | #ED7364 #CC2431 #AF0C37 | 화면 위에서 정확히 같은 색을 구현해요. |
관용색명은 식물, 광물, 동물, 지역처럼 우리 주변의 무언가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한국산업표준(KS)에서도 ‘선명한 빨강’처럼 체계적으로 붙이는 이름과 구분해서 다루고 있어요.
색상 코드는 가장 정확하지만, 코드만 보고 분위기를 떠올리기는 어려워요. 반대로 ‘빨강’은 쉽게 통하지만 정확한 색은 아니고요.
관용색명은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이름이에요. “버건디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하면 코드를 몰라도 대략 어떤 색인지 같이 그릴 수 있으니까요.
빨강 계열 색 이름 도감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빨강인데도 이렇게 달라요. 주황 쪽으로 기울면 스칼렛, 보라 쪽으로 기울면 크림슨과 버건디가 돼요.
| 색 | 특징 |
|---|---|
| Scarlet 진홍색 | 주황기가 살짝 도는 선명한 빨강. 시선을 가장 먼저 끌어요. |
| Crimson 홍적색 | 푸른기가 살짝 섞인 깊은 진홍색이에요. |
| Cherry 체리색 | 잘 익은 체리처럼 윤기 있고 깊은 빨강이에요. |
| Carmine 양홍색 | 어둡고 진한 붉은색. 연지벌레에서 얻은 색소에서 이름이 왔어요. |
| Burgundy 버건디색 | 붉은 포도주처럼 자줏빛이 도는 어두운 빨강이에요. |
| Coral 산호색 | 분홍과 주황 사이의 산호빛이에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줘요. |
이름에 담긴 색의 역사
색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옛날 이야기가 나와요.
스칼렛은 원래 색이 아니라 고급 옷감을 부르던 말이래요. 그 옷감이 주로 붉게 염색되다 보니, 나중에는 색 이름이 돼버렸어요.
체리는 열매 이름이 그대로 색 이름이 됐어요. 프랑스어로 체리를 뜻하는 ‘세리즈(Cerise)’는 또 다른 색 이름으로 따로 쓰이고요.
크림슨은 케르메스라는 깍지벌레로 만든 염료에서 왔어요. 아랍어 단어에서 이름이 이어졌다고 해요.
카민도 벌레에서 왔어요. 선인장에 붙어 사는 코치닐 깍지벌레에서 얻는 붉은 색소예요. 지금도 식품이나 화장품 성분표에서 ‘코치닐 색소’라는 이름으로 볼 수 있어요.
버건디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영어 이름이에요. 이곳이 와인 산지로 유명해서, 와인 같은 붉은색을 그렇게 부르게 됐어요.
코랄은 말 그대로 바다의 산호예요. 앞선 글 ‘색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에서 에어비앤비가 산호빛 코랄로 리브랜딩했다고 했었죠. 그 코랄이 바로 이 색 계열이에요.
비슷한 빨강, 다른 인상
이름이 다르면 쓰이는 자리도 달라요.

세일 포스터에서는 스칼렛처럼 시선을 확 끄는 빨강이 잘 어울려요. 같은 자리에 버건디를 쓰면 훨씬 차분하고 무게감 있는 분위기가 돼요. 와인 라벨이나 프리미엄 브랜드 패키지에 버건디가 자주 보이는 이유예요.
코랄은 반대로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에요. 여행이나 라이프스타일처럼 사람의 감정에 가까운 브랜드와 어울려요.

UI에서는 또 달라요. 오류 메시지나 삭제 버튼처럼 ‘주의’를 알려야 하는 곳에는 선명한 빨강 계열을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이때는 색만으로 알리지 말고 아이콘이나 문구를 함께 쓰는 게 좋아요. 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까요.
같은 빨강이라는 말 안에 이렇게 다양한 인상이 들어 있어요. “빨강으로 해주세요”라는 간단한 요청을 “스칼렛보다 차분한 버밀리언 느낌으로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한 번에 끝날 수도 있겠죠?
컬러 QUIZ!
색 이름이 얼마나 눈에 들어왔는지 확인해 볼까요?

정답은!!!
Q1. 버건디(Burgundy): 프랑스 와인 산지 부르고뉴에서 이름이 왔어요.
Q2. 코랄(Coral): 바다 산호의 색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다음에는 파랑으로!

빨강만 해도 이렇게 이름이 많은데, 파랑은 어떨까요?
펩시가 70년 넘게 지켰다던 그 파랑은 대체 어떤 파랑일까요? 다음에는 관용색명의 블루 계열 이름을 들고 돌아올게요.
written by 디자이너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