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보면 분명 같은 문장인데, 뭔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같은 말인데도 어떤 문장은 더 명확하게 느껴지고, 어떤 문장은 더 감성적으로 느껴져요. 마치 서로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무엇을 보고 다른 목소리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요?
우리는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읽는다

같은 문장이라도 서체, 폰트, 크기, 간격에 따라서 다른 인상을 줘요.
Brand Marketing 단어도 고딕체로 쓰면 현대적으로 보이고, 세리프체로 쓰면 고급스러워 보이고, 손글씨체로 쓰면 친근하게 느껴져요.
글자는 똑같은데, 분위기는 전혀 다르죠. 우리는 사실 단어를 읽기 전에, 그 분위기를 먼저 읽고 있는거죠.
서체에는 성격이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서체도 각자의 성격이 있어요.
모서리가 둥근 서체는 귀엽고 통통 튀는 느낌을 줘요. 같은 문구라도 둥근 서체로 적혀 있으면 어딘가 발랄하고 가벼운 인상을 남기죠.
반대로 곧고 정돈된 서체는 깔끔하고 명확한 느낌을 줘요.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 덕분에, 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가늘고 곧은 선으로 이루어진 서체는 차분하고 우아한 인상을 남기고, 두껍고 힘 있는 서체는 강렬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남겨요.
같은 말이라도 어떤 성격의 서체에 담느냐에 따라, 말이 가진 무게와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서체를 고르는 일은 결국, 그 말에 어떤 성격을 입힐지 정하는 일 같아요.
글자 모양만 보고도 브랜드를 알아본다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일수록, 서체 하나를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아요.
그래서 재밌는 일이 벌어져요. 색이 가려지고 로고의 일부만 보여도, 사람들은 그 글자의 곡선이나 기울기, 굵기만 보고도 어떤 브랜드인지 단번에 알아채는 거예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아채는 것처럼, 글자의 생김새만으로도 브랜드를 알아보는 거죠.
같은 서체를 꾸준히 보여준 브랜드일수록, 그 글자 모양 자체가 브랜드를 대신하는 얼굴이 돼요.
반대로, 브랜드가 서체를 바꾸면 사람들은 단순히 글씨가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아요. “브랜드가 달라졌다”고 느끼죠. 서체 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짊어지고 있는 거예요.
‘같은 말인데 다르게 들리는 이유’는 사실 말 자체에 있지 않아요. 그 말을 감싸고 있는 서체에 있는 거예요.
다만 서체는 타이포그래피의 시작일 뿐이에요. 크기와 간격도, 서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같은 서체라도 글자 사이가 빽빽한지 여유로운지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주니까요.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를 예쁘게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같은 말이 원하는 느낌으로 전달되게 만드는 도구예요.
그리고 서체는, 그 도구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말을 거는 부분이죠.
written by 디자이너 이솔